2020년 하계올림픽의 도쿄 유치를 추진중인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일본 도쿄도지사가 이슬람권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적을 받았다. 유치 경쟁도시인 터키 이스탄불을 염두에 둔 그의 발언으로 올림픽 유치는 물론 러시아와 중동을 순방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노세 지사는 26일자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공유하는 것은 알라신 뿐"이라며 "서로 싸움만 하고 있고, 계급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도쿄와 경쟁중인 이스탄불을 이슬람 국가들이 공동으로 지원하고 것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청소년 인구가 많은 이스탄불이 유리하지 않느냐'는 NYT 기자의 지적에 "터키 사람들이 장수하고 싶다면 일본과 같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젊은 사람은 많을 지 몰라도 빨리 죽는다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기사가 공개되자 수아트 킬리치 터키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부당한 일이 발생해 슬프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터키 정부도 "공정하지 못한 발언으로,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IOC는 성명을 통해 "도지사의 진의는 명확하지 않지만, 모든 후보 도시는 유치 과정에 관한 규정을 유의해달라"며 사실확인에 나섰다. IOC의 행동강령은 대회유치 과정에서 타 도시와의 비교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NYT는 이노세 지사의 발언으로 도쿄가 후보도시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은 낮지만 IOC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노세 지사는 문제가 불거지자 "(인터뷰에서 밝힌)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인터뷰의 맥락과 다른 기사가 나온 것은 유감"이라며 오히려 NYT의 보도와 통역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NYT는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들은 일본어가 능통한데다, 일본인 통역까지 있었기 때문에 기사내용에 자신이 있다"며 "인터뷰 당시 녹음도 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노세 지사는 30일 도청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던 것을 사과하고 싶다"며 "이슬람권 사람들에게 오해를 부를 표현이 있었던 만큼 면목이 없다"고 사과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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