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럼 알렉산더르(46) 네덜란드 왕세자가 30일 국왕에 즉위했다. 네덜란드에서 123년 만에 나온 남성 국왕이자 유럽에서 가장 젊은 국왕이다.
즉위식은 왕가 전통에 따라 이날 오후 암스테르담 신교회에서 열렸다. 국왕의 선서, 국회의장의 즉위 선포 등으로 진행됐다. 현직 국왕은 즉위식에 초청하지 않는다는 외교 의례에 따라 찰스(영국), 펠리페(스페인), 나루히토(일본) 등 왕세자 부부가 하객으로 참석했다. 한국은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대통령 특사로 참석했다. 국왕은 즉위식 후 부인 막시마 왕비, 세 딸과 함께 암스테르담 왕궁으로 입성해 환영 만찬을 주재했다. 저녁에는 암스텔강에서 가족과 보트를 타고 이동하며 시민들의 축하를 받았다. 앞서 오전에는 베아트릭스 여왕이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즉위 33년 만에 양위 문서에 서명했다.
외신들은 "필스(맥주의 종류) 왕자가 왕관을 썼다"며 즉위 소식을 전했다. 폭음과 요란한 파티 등 말썽이 잦아 '필스 왕자'로 불렸던 새 국왕을 빗댄 것이다. 대학 재학 및 군복무 시절 왕실의 문제아로 비난받던 그는 1993년 대학 졸업 후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며 부정적 이미지를 떨치려고 애썼다. 98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맡아 활동해 왔고, 수자원 관리에도 관심을 가져 2006년 유엔 물-위생 자문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새 국왕이 민심을 얻은 결정적 계기는 2002년 지금의 부인인 아르헨티나 출신의 투자은행가 막시마 소레기에타와의 결혼이었다. 둘은 3년 간의 연애를 통해 왕실을 고루하게 여기던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막시마는 왕세자빈이 된 후 네덜란드어를 익혀 능숙하게 구사하고 각종 자선활동을 펼쳤다. 막시마의 아버지가 아르헨티나 군사정권 시절 장관을 지낸 이력 때문에 그의 부모는 딸의 결혼식에 이어 이번 즉위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은 즉위 전 인터뷰에서 "의례에 얽매이지 않고 네덜란드를 대표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21세기형 국왕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지도는 69%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가량 올랐다.
그의 낮은 행보는 유럽 전반에 퍼진 왕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의회는 즉위식 비용을 700만유로(100억원)에서 500만유로로 깎았다. 한 공화주의 단체는 85만유로(12억2,650만원)인 국왕 연봉을 15만유로로 줄이자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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