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울산시의 갈등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이 10년 넘게 제자리 걸음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반구대 지킴이'가 문화재청장으로 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갈등이 민간단체로까지 확대되면서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온갖 물고기와 함께 고래사냥 모습 등을 울산 태화강 상류 대곡천 바위 절벽에 그린 것으로 선사시대 우리조상들의 풍속과 제의를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이다. 1995년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으며, 201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대곡천에 건설한 사연댐 때문에 지금도 해마다 8개월 동안 물에 잠기고, 물결에 씻겨 조금씩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1971년 발견 당시 그림의 4분의 1이 이미 사라졌다.
문화재청도, 울산시도 하루라도 빨리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서 해방시켜 보호하자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댐에 수문을 만들어 수위를 낮추자는 문화재청과 식수 부족을 이유로 암각화 주변에 생태제방을 쌓자는 울산시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2009년 국무총리실이 나서 수문 설치를 결정하고, 이듬해 울산시도 조건부로 동의했지만 경북 운문댐이 대체 수원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는 바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어느 한쪽 주장만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반구대 암각화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한다면 수위를 낮추어 강과 함께 자연스럽게 보존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울산시민의 현실적 생존의 문제인 식수부족도 무시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사이에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계속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것이 얼마나 시급한지 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울산시의 불안도 해소하면서, 문화재를 문화재답게 보존하는 방안을 과감하고 대범하게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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