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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외교도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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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외교도 생물이다

입력
2013.04.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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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3월 14일 중국 국가주석으로 선출됐을 때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한 외국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축하에 화답하듯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5월 세번째 대통령에 취임한 뒤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을 찾았었다. 양국은 그만큼 돈독한 사이다.

중국과 일본은 더 할 수 없는 앙숙이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서로 감정이 상해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과거 역사를 부인하는 것에 중국은 단단히 화가 나있다. 중국의 신화통신이 “아베 총리의 비열한 철학에는 인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중국을 가운데 놓고 보면 한쪽에는 형제 같은 러시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밉디 미운 일본이 있다. 그런데 그 러시아와 일본이 4월 29일 정상회담을 했다. 극우 정치인 아베 총리가 러시아로 건너가 푸틴 대통령과 만난 것이다. 중국이 보기에 러시아는 의리 없고 이기적이겠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과의 경제 협력, 그것을 통한 극동 개발이었다.

비슷한 행태의 외교를 하는 또 다른 나라가 호주다. 호주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 파트너다. 중국의 동남아 군사력 확대를 막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호응해 북부 다윈에 미국의 군함, 전투기, 해병대를 배치할 기지를 내주었다. 그런 호주가 최근 중국과 경제 협력에 나섰다. 이르면 상반기부터 미국 달러화를 통하지 않고 중국 위안화와 호주 달러로 직접 결제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양대 강국(G2)으로 서로를 겨냥하고 있는데 호주는 미국과는 군사적으로,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관계를 다지며 양다리 전략을 펴고 있다.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하며 일본에 맞선 대만은 최근 센카쿠 영유권 주장을 포기했다. 대만 경비선이 일본 순시선과 물대포를 주고 받으며 격하게 대립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의아한 결정이다. 대만이 그렇게 한 데는 대가가 있었다. 일본으로부터 센카쿠 어업권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대만과 중국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도리어 시진핑 주석이 중국과 대만 동포가 한 가족이라고 틈날 때 마다 강조할 정도다. 대만에게는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센카쿠 어업권도 매우 중요하다.

미얀마는 2011년 군부가 퇴진하고 민선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과 급속히 가까워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처음 찾은 외국이 미얀마였다. 그러자 전통 우방인 중국이 조바심이 났고 급기야 아시아사무특사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말이 아시아지 실제로는 미얀마 문제에 집중하는 자리다. 그만큼 미얀마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미얀마는 두 강대국이 애를 태우게 하면서 몸값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하나하나 따지면 이런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역사적 인연, 이념적 동질감, 과거 주고 받은 이익 따위에 얽매이기 보다는 현재 혹은 미래의 이익을 더 적극적으로 좇는 그런 외교 말이다. 그런 일이 지금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정치만 생물이 아니라 외교도 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끼리의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필요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는 강대국의 이해 관계와 북한의 호전성, 일본의 극우주의가 겹쳐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그런 만큼 미국, 중국 혹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고정불변의 것으로 보아서는 안되며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어쩌면 꼬일 대로 꼬인 북한 문제를 푸는데 작은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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