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야드 장타 비결은손목이 일찍 풀리지 않아야죠훈련에 소홀하다는데양보다 집중력이 더 중요해요지난 겨울 외모 업그레이드코만 약간… 더는 손 안 댈래요미국 대신 일본 진출 계획한국 자주 올 수가 있어 편해요
시원시원하다. 좋고, 싫고가 확실하다. 난처한 물음에도 거침이 없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지난 21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5승을 올린 '매력녀' 양수진(22ㆍ정관장)의 첫 인상이다.
'슬로 스타터' 양수진은 시즌 초반 기세가 대단하다. 지금의 상승세라면 작년 상금왕 김하늘(25ㆍKT), 대상 수상자 양재윤(21ㆍLIG손해보험), 다승왕 김자영(22ㆍLG)과의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 양수진은 "새로운 후원사와 계약을 하자마자 우승을 했다"면서 "남은 시즌 양수진의 무한질주를 지켜봐 달라"고 활짝 웃었다.
고집 센 소녀
양수진은 용인 포곡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접했다. 부모는 그림에 소질이 있던 양수진이 화가로 성장하길 기대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골프 클럽을 잡았는데 너무 재미가 있었어요. 레슨도 필요 없고 1개월만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부모님을 졸랐죠."
양수진은 타고난 골퍼였다. 골프채를 처음으로 잡고 치는데 멀리 날아갔다. 양수진의 부모는 딸을 데리고 김학서 프로에게 찾아갔다. 김 프로는 "중학교 때 다시 오라"고 했지만 양수진은 "골프를 시켜주지 않으면 여기서 일어나지 않겠다"고 버텼다. 김 프로는 양수진의 스윙을 본 뒤 필리핀으로 전지훈련을 데려갔다. 훈련 2개월 만에 양수진은 국내 대회에 출전해 92타를 쳤다.
양수진은 국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작년 US여자오픈에서는 310야드를 때리기도 했다. 작년 KLPGA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9야드)다. 양수진은 "장타 능력은 타고나는 것 같다. 임팩트 시 손목 모양이 남자와 비슷하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손목이 일찍 풀리지 않고 밀리지 않는 것이 장타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오해와 진실
양수진은 훈련을 많이 하진 않는다. 하루에 4시간을 넘기는 법이 없다. 주변에선 "훈련만 제대로 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고 수군거린다.
하지만 양수진의 생각은 다르다. 많이 하는 것보다 얼마나 집중력을 갖고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운동하기로 정한 시간에 폭우가 와도 끝까지 훈련하는 '악바리'이기도 하다.
양수진은 지난 겨울 골프 실력과 함께 외모도 '업그레이드'를 했다. 코를 조금 높였다.
그러나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을 마친 뒤 루머에 시달렸다. '양수진이 얼굴 전체를 뜯어 고쳤다. 양악 수술을 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인터넷 댓글을 보고 열이 좀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승을 한 뒤 코만 고쳤다고 털어놨죠. 지금 제 모습에 만족하고 있어요. 더 이상 고칠 생각은 없습니다." '하하하' 크게 웃는다.
홍삼은 내 운명
양수진은 닭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해산물은 거의 먹지 않는다. 비린내가 싫어서다. 또 폭식을 하지 않고 조금씩 자주 나눠서 먹는 스타일이다.
양수진이 즐겨먹는 보양식은 삼계탕과 홍삼이다. 이번에 홍삼을 만드는 회사인 정관장과 후원 계약을 했다. 홍삼을 홍보하는 광고를 찍기도 했다.
양수진은 "후원사에서 매달 홍삼을 보내주신다. 종류도 다양하다. 원 없이 먹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멘토는 없다. 20승이 목표"
양수진은 K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이 꿈이다. 지금까지 5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양수진은 앞으로 15승만 추가하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된다. 그는 멘토가 없다. 누구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골프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일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양수진은 "미국은 갈 생각이 없다. 큰 무대이긴 하지만 음식도 맞지 않고 이동도 힘들다. 한국에도 자주 올 수 있는 일본이 편하다"고 말했다.
골프, 그리고 패션
양수진은 옷을 잘 입는다. 톡톡 튀는 의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6세부터 미술 과외를 받은 양수진은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화가나 패션 디자이너가 됐을 것 같다"고 했다.
양수진은 그림을 잘 그린다. 골프 공에 예쁜 그림을 그려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그의 취미 중 한가지다.
양수진의 의류를 후원하고 있는 파리게이츠는 빠른 시간 안에 '양수진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골프면 골프, 패션이면 패션. '팔방미인' 양수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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