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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배우 총출동...‘가족판 어벤져스’ 허풍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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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배우 총출동...‘가족판 어벤져스’ 허풍 아니네

입력
2013.04.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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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콩가루 집안, 막장 드라마도 없을 것이다. '파이란' '역도산' 등을 연출했던 송해성 감독의 신작 '고령화 가족'이 그리고 있는 가족 이야기다.

첫 데뷔 영화가 실패하고 아내마저 바람 나 모든 삶의 의욕을 잃은 영화감독 인모(박해일)가 자살을 기도하려 할 때 엄마(윤여정)로부터 "닭죽 먹으로 오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인모가 찾아간 허름한 엄마 집엔 그의 형 한모(윤제문)이 버티고 있다. 교도소를 들락거렸던 '오함마'란 별명을 지닌 사고뭉치 한모는 화장품 방문판매로 푼돈 벌이하는 엄마에 빌붙어 빈둥대는 백수다.

서로 달갑지 않은 형제는 만나자 마자 육탄전을 벌인다. 하지만 곧바로 여동생 미연(공효진)까지 딸 민경(진지희)를 데리고 엄마 집에서 살겠다고 쳐들어오며 판은 더욱 커진다. 두 번도 모자라 이번엔 세 번째 결혼을 하겠다는 미연과 그를 쏙 빼 닮은 사춘기 중학생 민경의 성깔도 만만치 않다. 막장 세 남매는 반말과 육두문자로 서로를 할퀴어대기 일쑤고, 그것도 모자라면 바로 주먹질 발길질이다. 하지만 엄마는 실패해 떠돌다 결국 자신의 품으로 되돌아 온 자식들을 지켜보며 그저 가족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흐뭇하기만 하다.

가족의 밥상은 이제 달랑 의자 두 개뿐인 부엌의 작은 식탁에서 마루에 펼친 커다란 교자상으로 바뀌었다. 엄마는 뻔한 벌이에도 매일같이 삼겹살을 구어 상을 차려낸다. 한 공간 함께 머물고 함께 밥을 먹어주는 식구를 위한 파티다. 엄마에겐 지글지글 익는 삼겹살과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가 있는 밥상이 바로 행복한 가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으르렁대지만 공통의 적이 나타나면 똘똘 뭉쳐 함께 맞서는 삼 남매. 갈등의 최고조에 이르러 풍비박산 직전에 이른 콩가루 집안은 민경의 가출 사건이 터지며 그들도 몰랐던 가족애로 서로를 보듬고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막장 가족의 이야기가 막장 영화로 전락하지 않은 데는 박해일 공효진 윤제문 윤여정 진지희 등의 호연의 힘이 크다. 그들의 연기 앙상블이 극의 전개에 팽팽한 탄력을 불어넣는다. 감독이 "이런 대단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 '가족 어벤져스'라고 생각하며 이 영화를 찍었다"는 말이 허황돼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가 살아 꿈틀대던 영화는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밀어붙이는 힘이 약해지고 만다. '가족'이라는, 진부하기 십상인 절대 가치로 이야기가 수렴돼 버리기 때문이다. 9일 개봉.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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