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서너 명으로 어떻게 제대로 (단속을)하겠습니까. 정말 애로가 많습니다."
원룸을 불법 증축한 건축주와 허위 감리 보고서를 작성한 건축사 등 142명이 경찰에 적발된 22일 광주의 한 구청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원룸의 불법 용도 변경을 단속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불법 증축한 원룸을 솎아내는 작업도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가구 수를 늘리는 불법 증축은 일일이 문을 열고 확인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며 "솔직히 우편함과 창문 개수를 확인하는 등 수박 겉핥기 식 단속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주택 가격 급등 등으로 원룸 수요가 늘면서 원룸의 면적을 줄여 가구 수를 늘리는 불법 '원룸 쪼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임대수익을 노린 건축주들이 건축사들과 짜고 원룸을 마구잡이로 뜯어고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여전히 미치지 않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날 원룸을 불법 증축한 혐의(건축법 위반)로 입건한 건축주는 모두 87명. 이들은 원룸 주차장이나 옥상에 불법으로 방을 내거나, 1가구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건축과정에서 칸막이 작업 등을 거쳐 2~3가구로 나누는 쪼개기 방법으로 가구 수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 55명은 허위 감리 보고서를 작성해주기도 했다.
이 같은 원룸의 불법 증축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행정기관 등의 단속이 허술한 데다 단속에 적발돼 원상복구 미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임대수입이 그보다 많다 보니 건축주들이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원룸 쪼개기라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경찰은 3년 전에도 원룸을 불법 증축한 건축주 81명과 건축사 70명 등 176명을 적발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매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임대수입을 노린 건물주들이 건물구조를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축주와 손을 잡은 건축사들의 허위 감리 행태도 원룸의 불법 증축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이번에 적발된 건축사 55명은 불법 증축된 원룸이 건축허가서에 신청된 것과 동일하게 시공된 것처럼 허위로 감리보고서를 작성하는가 하면 광주시건축사회에서 선정한 업무대행 건축사에게 검사를 받은 것처럼 업무대행자지정서를 위조해 행정관청에 제출, 불법으로 건축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건축사가 행정기관을 대신해 다가구 주택의 사용 승인과 검사 등의 업무를 대행한다 점을 악용한 것이다.
원룸건물의 불법 개조와 용도 변경으로 인한 후유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당초 허가 받은 가구 수에 따른 주차공간 확보가 되지 않아 원룸 일대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이중 주차 차량 등으로 인해 화재 시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워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기관의 소극적인 단속이 이어지면서 임대 수익금에 눈이 먼 일부 건축주들의 원룸 불법 증축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관계당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