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자 김부재씨학자금 연체했던 게 화근 카드 사용 습관 등 바꿔 현재 평점 상위 2%로● 대기업 직원 윤중섭씨벤처 다니다 IMF 직격탄 지출부터 엑셀로 관리 '연체 없는 삶' 꾸준히 실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노력한다고 하루 아침에 오르지 않는 게 신용이지만, 떨어지는 건 금방이에요."
'꿈의 등급'인 신용등급 1등급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3년6개월. 2009년만 해도 자영업자 김부재(38)씨의 신용등급은 9등급이었다. 대학생 시절 시중은행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원리금을 몇 번 연체한 게 화근이었다. 신용카드 대금을 늦게 결제한 적도 있었다.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신용등급에 대해 전혀 신경을 안 썼으니까요."
김씨가 신용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한 건 자동차를 구입할 생각에 캐피탈사에 할부상품을 문의하면서부터. 그는 "신용등급이 너무 낮아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는 잠시 멍해졌다. 열심히 생활하다 보면 신용등급은 자연스레 좋아질 것으로 여겼던 김씨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우선 연체는 무조건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다. 그러자 금세 5등급까지 회복됐다. 작년 말 금리가 높은 캐피탈사 신용대출 등 여기저기서 빌린 2,900만원을 갚자 또 다시 3등급으로 뛰었다. 개인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운영하는 '신용관리 체험단'에 가입해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배웠다. "예전에는 신용카드 한도를 꽉 채워서 썼거든요. 그런데 신용이 좋은 사람들은 카드 한도의 20% 내에서 쓴다는 걸 알고 저도 습관을 바꿨어요." 이런 식으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관리하자 등급은 한 단계 더 올랐다.
김씨는 이달 초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이용했고, 드디어 멀게만 느껴졌던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6개월 동안 적정 한도를 유지하며 신용카드를 이용한데다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게 신용 평점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의 현재 신용 평점은 944점으로 상위 2%에 포함될 정도로 우수하다. 그는 "카드사가 신용카드 발급을 권하고 대출금리가 크게 떨어지는 등 신용등급 향상이 가져온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며 신용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윤중섭(41)씨도 꾸준한 신용 관리를 통해 한때 10등급이던 신용등급을 1등급까지 끌어올린 케이스. 윤씨가 저신용의 늪에 빠진 것은 다니던 벤처기업이 IMF 직격탄을 맞은 직후. 당시 16개월 동안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 갚아야 할 돈만 50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윤씨는 매달 나가는 돈을 꼼꼼히 엑셀파일로 정리하고 통장에 잔고가 모자라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어려운 가운데서도 연체 없는 삶을 이어갔다. 신용평가사 사이트에 들어가 신용 평점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분석하는 습관도 들였다. 신용등급 관리에 노력을 기울인 지 5년 만에 꿈에 그리던 1등급에 오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자영업자와 회사원이라도 신용 관리만 잘 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돈이 많다고 신용등급이 높은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아무리 고소득자라도 연체 경험이 있거나 신용카드 적정 한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무엇보다 공과금이나 신용카드 결제를 늦추지 말고 소득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신용 평점을 올리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KCB에 따르면 2011년 9월 신용관리 체험단 1기로 선발된 25명 가운데 72%가 1년6개월이 지난 현재 등급이 한 계단 이상 올랐다. 지난해 9월 선발된 25명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한 계단 이상 올랐다. 1기와 2기를 통 털어 3단계 이상 오른 사람도 5명이나 된다.
KCB 관계자는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가운데서도 7~10등급의 저신용자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며 "평소 신용 관리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돈을 꼭 빌려야 할 때 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의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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