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가 환경 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형 석유화학공장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0%에 달했던 청두시의 이번 조치는 성장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중국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청두 지역 언론들은 29일 청두시가 전날 "법이 정한 절차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펑저우(彭州)석유화학공장의 가동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 정부는 "더 맑은 하늘과 더 깨끗한 물, 더 좋은 공기를 원하는 건 인민의 당연한 요구로 정부가 가장 힘을 기울일 사안"이라면서 "펑저우석유화학공장의 검수 과정을 공개하고 대중의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2008년 착공된 펑저우석유화학공장은 연간 80만톤의 에틸렌과 1,000만톤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복합 석유화학 시설로 최근 완공돼 시험가동 중이었다. 그러나 청두시와 불과 30㎞ 떨어진 곳에 위치한데다 2008년 8만6,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원촨(汶川)대지진의 진앙과도 가까워 착공 당시부터 반대가 많았다. 당시 청두 시민 500여명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집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공장이 완공돼 본격 가동에 들어가려 하자 인터넷에서 다시 반대 운동이 시작됐다. 한 네티즌은 "인구 1,200여만명이 사는 곳에 이런 공장을 세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10년 후 청두는 공기는 물론 지하수와 토양 오염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암마을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는 목숨을 GDP와 바꾸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20일 규모 7.0의 루산(蘆山)현 지진이 발생하자 청두시 민심은 더 동요했다. 한 네티즌은 "(쓰촨성을 관통하는) 룽먼산 단층대가 본격 활동기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펑저우석유화학공장 부근에서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 경우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보다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strong>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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