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일본이 29일 이투루프, 시코탄, 하보마이열도, 쿠나시르 등 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교섭을 재개키로 했다. 또 경제 협력을 늘리고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해 공조하는 등 다방면에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28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2차대전 후 67년간이나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서로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1956년 10월 당시 소련이 4개섬 가운데 하보마이열도와 시코탄 등 2개 섬을 평화조약체결 후 일본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2개 섬이 아니라 4개 섬 반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이 흐지부지됐고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부터 논의가 중단됐다.
교섭 재개의 불씨는 지난해 3월 되살아났다. 푸틴 대통령이 낙후된 극동지역을 개발하는 데 일본의 힘을 빌리는 전략을 취하면서 영토 반환 협상에 적극적 자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특사로 파견되면서 해빙 무드가 조성됐고, 아베가 바통을 이어 받아 일본 총리의 러시아 방문이 10년 만에 성사됐다.
이 밖에도 양국은 정상급 회담을 포함한 정치 대화를 강화하고, 외교국방 장관회담(2+2회의) 도입 등 안전보장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성명에 포함시켰다. 이를 계기로 양국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도발 행위를 비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6자회담 공동성명 준수를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정부 부문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투자와 경제통상, 의료,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제휴 협정을 맺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러에 40여개 회사 대표 및 임원 120여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동행했다. 이들은 러시아 직접투자를 지원키로 하고 2,000억엔(2조2,600억여원) 규모의 기금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도 교환할 예정이다.
쿠릴열도
러시아 캄차카 반도 남쪽에서 일본 홋카이도 북부에 이르는 섬 집단. 러시아와 일본이 1855년 통상우호조약을 맺은 뒤 쿠릴열도 남부 4개 섬은 일본령이 됐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쿠릴열도 전역을 차지했지만 2차 대전이 끝난 뒤에는 승전국인 옛 소련이 쿠릴열도 전체를 지배했다. 이후 일본이 4개 섬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양국의 영토 분쟁이 본격화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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