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기초생활수급비 일부를 챙긴 복지단체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이 원래 기초생활수급 대상인지도 모르고 속았던 것으로 드러나 기초생활수급자를 발굴·관리하는 정부의 복지 체계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A복지선교센터 대표인 박모(52)씨 등은 2011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홈페이지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부 혜택의 그늘에 계신 많은 분들을 돕고 있다" "무지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소외계층에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확한 지식을 제공한다"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았다. 이 단체는 마치 정부의 인증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을 돕는 것처럼 홍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첫 달에는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비 전액, 다음달부터는 기초생활수급비의 20%씩 수수료로 내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모집 회원들과 작성했다. 그러나 복지단체가 회원들에게 전수한 '지식'이라고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할 때 필요한 서류 몇 장을 알려주는 것에 불과했다. 이미 회원 대다수가 편법을 쓰지 않아도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회원 160여명 가운데 부정수급자는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등은 복지제도에 무지한 이들을 대상으로 서류만 대신 내주다시피 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기초생활수급비만 2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시 받을 수 있는 돈은 1인당 현금으로 최대 약 46만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대행기관을 정부가 인증하는 일은 없다"며 "일부 사회복지단체가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절차 등 복지제도를 안내하고 있긴 하지만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박씨 등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등이 일부 회원들에게 '대학교육을 받도록 해 주겠다'며 사이버대학에 등록하도록 한 뒤 학사관리를 대신 해 주는 대가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학생에게 지급하는 정부 장학금을 챙긴 의혹도 있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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