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로 운영 중인 대구 영어거리가 사실상 좌초, 법정소송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대구시는 향후 청사진 등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전국 최초의 도심 영어거리를 표방, 지난해 4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지하 범어월드프라자에 개장한 'E-street'는 전체 39개 블록 중 편의점과 커피숍 등 9개 블록만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범어월드프라자는 총 72블록으로 이중 33블록에는 예술거리가 조성돼있다.
대구영어거리 민자사업자 측은 운영난으로 지난해 5월부터 관리비를 체납했고, 같은해 8월부터는 임대료도 납부하지 않아 현재 체납규모가 2억2,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탁운영권을 가진 대구시설관리공단 측은 지난달 14일 민자사업자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한데 이어 같은달 29일 점포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민자사업자 측은 대구시의 책임론을 제기, 영어거리에서 손뗄 의사가 없다고 맞서고 있어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민자사업자 측은 "대구시가 범어월드프라자 활성화를 위해 붐을 조성키로 했으나 영어거리가 문을 연 지 7개월이 지나서야 예술거리가 들어서 상권이 활성화될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영어거리와 예술거리는 상호 연관성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민자사업자 측은 1, 2년간 임대료를 면제하는 등 조치를 통해 인터네셔널 바자르형 영어거리를 조성하고, 명예문화원을 유치하는 등 영어거리가 활성화할 경우 30억원 상당의 영어거리 인테리어시설과 장비, 설비, 소프트웨어를 시에 기부하고 조건없이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대해 시는 개인사업인 영어거리에 대한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계약을 위반한 민자사업자 측이 모든 시설을 원상복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명도소송을 통해 영어거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영어거리를 예술거리처럼 공익시설로 추진할 지, 새 사업자를 물색해 영어거리를 계속 추진할 지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소송에만 급급한 상황이어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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