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성공단 잔류 인원 50명의 귀환이 29일 암초를 만났다. 북한은 이날 미수금 문제를 제기하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7명이 공단에 남은 상태에서 나머지 43명만 이날 자정을 넘겨 돌아왔다.
북한은 이날 우리 측이 지불해야 할 세부 내용이 담긴 청구서를 내밀었다. 청구서에 적힌 요금을 완전히 지불해야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청구서에는 북측 근로자의 3월 임금과 일부 업체의 체불임금, 통신료, 기업소득세 등이 담겨 있었다. 북한이 지난 8일 일방적으로 근로자 철수를 통보하면서 북측 근로자 5만 3,500여명은 3월 임금을 받지 못했다. 전체 근로자의 3월치 월급은 720여만 달러이다. 임금 산정 기준일이 매달 10일이어서 9일과 10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를 놓고 남북간 이견이 있지만 1인당 월급이 평균 140달러(약 16만원)에 불과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체불 임금이나 통신료도 마찬가지다.
걸림돌은 기업소득세와 퇴직금이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세금규정 시행세칙'을 통보하면서 123개 업체 중 20여개 업체에 일방적으로 세금을 부과했다. 또한 업체의 회계 조작으로 판단되면 조작액의 20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했다. 북측은 또 현행 개성공단 규정상 '업체가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내보낼 경우에만 퇴직금을 준다'고 돼 있지만 자발적인 퇴직의 경우에도 퇴직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입주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그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에 이어 추가 협의 과정에서도 기업소득세와 퇴직금 문제를 본격 제기할 경우 남북간 시각 차가 워낙 커서 이견을 좁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협의 과정에서 우리 측은 공단에 남겨 놓은 완제품과 원자재 회수를 요구했다. 입주업체들은 공단의 잠정 폐쇄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정부를 통해 북한 당국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북한은 차량의 공단 진입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어 입장 차가 크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결국 돈"이라며 "인도주의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귀환을 허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측에 결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남아있는 7명의 추가 귀환은 남북 당국과 입주업체간 3각 협의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측은 실무 논의 과정에서 단전ㆍ단수 문제를 임금 등 요구사항과 연계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도 "전력이나 용수 문제는 논의 과정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단 직원들의 억류 가능성에 대해 "그랬다간 북한은 테러 집단으로 낙인 찍힐 것"이라며 "일각의 인질 운운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간에 접점을 찾지 못하면 우리 측 인원의 귀환은 계속 늦춰질 수밖에 없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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