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종합병원에서 훔친 마약성분 진통제를 투약하고 환각 상태에서 진료 행위를 한 30대 공중보건의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안산시 단원보건소 소속 공중보건의 이모(34)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말쯤 충남과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아르바이트로 당직 진료를 하면서 마취와 급성 통증 완화 등에 쓰이는 펜타닐 2㎖ 앰플 2개와 모르핀황산염수화물 5㎖ 앰플 2개 등 마약류 의약품 앰플 9개를 훔쳐 투약한 혐의다.
이씨는 지난 1~5일 훔친 마약류를 하루에 2차례씩 12차례에 걸쳐 투약하고 환각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환각 상태로 진료한 환자만 4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행히 진료 사고는 없었다.
이씨는 경찰에서 "다친 허리와 어깨 때문에 통증 완화제로 투약했던 것"이라며 마약 상습 투약 혐의는 부인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해 5월에도 마약류 복용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은 적이 있고, 가방과 사무실 휴지통에서 최면진정제와 항불안제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 6종류 112정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씨는 법규상 공중보건의 자격을 박탈하는 기준인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되지 않아 보건소에서 계속 근무해 왔다.
경찰은 이씨가 당직 아르바이트를 했던 다른 병원을 대상으로 여죄를 캐는 한편 대형 병원의 마약관리 부실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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