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건물 붕괴 현장 구조 중 화재, 한계시간 넘겨 생존했던 여인 끝내 숨져
“생후 18개월 된 아들이 있어요. 제발 나만 여기에 남겨두지 말아요.”
28일 오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부근 사하르 공단 내 8층 건물 라나플라자의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남편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며 의류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한 스하나즈로 알려지면서 그는 10시간 전 구조 작업이 시작된 현장의 기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하나즈는 구조대원이 접근로를 확보하기 위해 철 구조물을 절단하다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매몰사고로 갇힌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한계시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을 훌쩍 넘긴, 사고 발생 110시간 만이다.
소방당국은 “마지막 생존자로 보인 스하나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싸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28일 오전 현재 381명이 사망하고 2,5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AP통신은 건물에 있던 근로자의 가족과 친척들이 현장 주변에 몰려 있어 또 다른 사고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소방 당국은 추가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생존자 구조작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29일 건물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붕괴 건물의 주인 소헬 라나는 해외로 도주하려다 붙잡혔다. 그는 24일 사고 발생 직후 인도 국경 도시 베나폴에 숨어 지내다 인도로 도망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나는 큰 균열이 생겨 건물을 폐쇄하고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당국의 통보를 무시해 참사를 초래한 혐의로 재판 받을 예정이다. AP통신은 그가 체포될 당시 성난 군중이 “사형시켜라”고 소리치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스페인과 영국의 의류 브랜드인 망고와 프라이마크가 붕괴된 건물 안 공장에서 옷을 주문해오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서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인 베네통은 사고 현장에서 상표가 발견됐는데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