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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본 우익의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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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본 우익의 폭주

입력
2013.04.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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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왕이 천황(天皇)이라는 극상의 용어로 불린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메이지 유신 직후인 1881년 이른바 '제국헌법' 제정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등장, 89년 헌법이 공포되면서 비로소 보편화했다. 이전까지는 대왕이나 큰 무당 정도의 의미인 오키미, 미카도 등으로나 불렸다. 근대일본의 개혁가들이 막부의 권위를 대체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기존 왕의 이미지에 신의 개념까지 덧붙여 부풀린 명칭이 천황이다. (황영식 저 )

▲ 만물의 혼령을 모시는 일본식 사당 중에서 국가사당이라고 할만한 게 야스쿠니신사다. '천황을 위해 명예롭게 죽는 것'이 여기 모셔지는 조건이다. '야스쿠니신사의 봄날, (사쿠라)가지에 피어 다시 만나자' 따위의 노래와 함께 숱한 젊은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1978년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들까지 합사되면서 야스쿠니의 성격은 더 분명해졌다. 기실 천황 자체가 군국주의자, 국수주의자들의 정치적 이용방식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 일본 국회의원과 각료들이 대거 야스쿠니를 참배한 데 이어, 아베 총리가 28일 정부 주도의 공식행사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모골이 송연 했을 법한 광경이었다. 전후 일본이 국제사회의 눈치를 봐가며 지켜온 또 하나의 금기가 깨진 것이다. 오죽했으면 아키히토 일왕조차 예상치 못한 만세 삼창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을까. 여전히 정치적 이용물로 휘둘리는 처지가 당혹스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 일본이 걸핏하면 자기네 정신으로 내세우는 게 '화(和)'다. 조화ㆍ화합의 뜻이지만, 어원을 따지면 소집단 내의 단결ㆍ질서에 가깝다. 유사이래 소집단 간의 끊임없는 쟁투에서 벗어나 통일하면서 대화(大和ㆍ야마토)로까지 키웠어도 본질은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좁은 세계에 갇혀 바깥 세상과는 소통이 불가능한 오타쿠니, 이지메니 하는 뒤틀린 문화가 정확히 그 반영이다. 도무지 주변에 아랑곳 않는 요즘 일본 우익의 폭주를 보면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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