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임원이 서비스 불만을 이유로 항공기 승무원을 폭행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항공기 승무원이 감정노동이 가장 심한 직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객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미소를 지어야 하는 감정노동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는 만큼 산업재해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9일 판매 서비스직, 경영 재무직, 사회 서비스직 등 203개 직업 종사자 5,667명을 설문조사한 자료(2012년)를 분석해 감정노동 정도를 측정한 '감정노동의 직업별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고객에게 자신의 실제 감정과 다른 거짓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 고객에게 보여주려는 상냥함 친절함 등이 몸에 배 이를 행하는 행위 2가지를 기준으로 감정노동을 측정한 결과, 항공기 승무원이 5점 만점 중 4.70점으로 203개 직업 중 가장 높았다. 홍보 도우미 및 판촉원(4.60점), 통신서비스 및 이동통신기 판매원(4.50점), 장례상담원 및 장례지도사(4.49점), 아나운서 및 리포터(4.46점) 등도 감정노동이 많았다. 좀 더 큰 단위인 직업군별로는 음식서비스 관련직이 4.13점으로 감정노동이 가장 심했고 영업 및 판매 관련직(4.10점), 미용 숙박 여행 오락 스포츠 관련직(4.04점),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4.02점)이 뒤를 이었다.
고객을 위해 억지로 감정을 관리하는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에 노출돼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돼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우울한 상태로, 식욕 성욕 등이 떨어지고 심하면 자살에 이르는 증세다.
감정 노동은 주로 여성, 연령별로는 30대 이하에서 가장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력별로는 고졸자와 전문대졸자의 비중이 가장 많았고,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이 더 많았다.
앞으로 소득 증가에 따라 면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감정노동 일자리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업능력개발원 한상근 선임연구위원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폐해를 산업재해 범주에 포함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에 관한 항목을 추가해 정부의 책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선임연구원은 이와 함께 "청소년들의 직업교육 과정에 감정노동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해소 기술, 적절한 고객 응대 방법, 감정노동 종사자의 권리 등 감정노동을 관리할 수 있는 내용을 필수적으로 삽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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