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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 35년만에 재심서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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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 35년만에 재심서 무죄 선고

입력
2013.04.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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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29일 오후 광주지법 301호 법정. 박정희 정권 당시 대표적인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인 전남대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인 신현범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선고와 함께 법원의 과거 잘못된 재판을 반성했다. 신 판사의 발언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피고인 8명은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했지만 이미 무죄 판결을 예견했던 탓인지 무덤덤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바쁘신데 출석해주셔서 감사하다. 정정하시다"며 예의를 갖췄다. 재판부는 "별도의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고 오늘 선고하겠다"고 밝힌 뒤 10분여 만에 선고를 마쳤다.

전남대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은 1978년 6월27일 당시 전남대 문리과대학 국문학과 송기숙 교수를 비롯한 11명의 교수들이 교육 민주화를 주장하는 '우리의 교육지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이를 지지해서 일어난 6월 29일 학생들의 시위를 말한다. 당시 교수들은 인간 존중의 교육, 교육자의 양심에 의한 교육, 외부간섭 배제ㆍ구속학생 석방, 3ㆍ1정신과 4ㆍ19 정신 계승 전파 등을 다짐했다. 성명서 발표 직후 교수 11명 전원이 당시 중앙정보부에 연행되고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들이 29일 교수들의 석방과 민주화를 외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 사건으로 송기숙, 명노근, 김두진, 김정수, 김현곤, 배영남, 안진오, 이방기, 이석연, 이홍길, 홍승기 교수가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속 또는 전원 해직됐다. 법원도 이들 교수와 사건 연루자들에게 징역형과 집행유예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날 재심 재판부는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해야 하지만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시 국내외 정치와 사회상황도 국가적 안위가 중대한 위협을 받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를 부인하는데다 신체의 자유까지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고 무효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이날 무죄를 선고한 피고인은 송기숙(78) 전남대 명예교수와 성내운(1989년 사망) 전 연세대 교수를 비롯해 류연창ㆍ박형중ㆍ양희승ㆍ류재도ㆍ안철ㆍ이철우 씨 등이다.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 당시 조선대 2학년이었던 양희승씨는 "당시 유신헌법을 반대한 것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당연한 일이었다"며 "유신독재 반대 운동이 이제라도 정당한 평가를 받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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