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주장글은 '문제의식-핵심주장'이라는 기본축을 가지고 글을 구성해가야 한다. 지금 어떤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인지 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 무엇인지가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설득력이 담보된다. 여러 문제에 대한 여러 주장을 동시에 담는다면 제한된 글자수의 압박에 따라 피상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문제의식과 다른 핵심주장을 펼친다면 논증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한 글이 될 수 있다.
곽수연 학생 글의 형식구성을 살펴본다. '1단락: 입학사정관제 폐지 관련 기사 소개(상황소개)→2단락: 입학사정관제란?(개념과 장점)→3단락: 입학사정관제 폐지논의의 등장(문제제기)→4단락: 공정성 결여(원인분석1)→5단락: 신뢰성 상실(원인분석2)→6단락: 제도를 폐지하자(주장1)→7단락: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주장2)' 형식구성이 아주 안정적이다. 문제되는 상황과 개념을 소개한 후 폐지논의가 등장하는 이유를 분석한 후 제도폐지 혹은 보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아쉬움이 있다. 곽수연 학생 글의 경우는 입학사정관제의 폐지논의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해서 입학사정관제는 폐지되거나 보완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끝맺고 있다. 주장 글은 물이 흐르듯이 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의식에서 핵심주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문제의식을 '입학사정관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로 시작하였다면 이에 대한 핵심주장은 '입학사정관제는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로 구성되어야 한다. 한편 문제의식이 '지금의 입학사정관제는 무엇이 문제인가?' 라면 핵심주장은 당연히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이 저러저러한 것이다'라고 답해야 한다. 문제의식과 핵심주장의 논리적 연결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면 담론의 쟁점이 흐트러져서 설득력이 약화된다.
글을 쓰기 전에 내가 무엇을 주장할 것인가를 정하고 그 다음으로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몇 가지 제기하고 마지막으로 핵심주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염두에 두면서 전체 글의 얼개 짜기를 해야 한다. 몇 가지의 문제의식을 예를 들어보자.
'입학사정관제 무엇이 문제인가?' '입학사정관제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입학사정관제를 폐지할 것인가?' 등의 문제의식은 외견상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각각의 문제의식에 대해 대답을 해본다면 '공정성 의심과 객관성 결여가 문제이다' '공정성을 확보하고 객관성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폐지되거나 보완하여 유지되어야 한다'이다. 핵심주장에 맞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어야 쟁점이 분명해지고 담론의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4단락에서 "난 가장 큰 원인을 신뢰성과 공정성 결여에 있다고 본다"와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표현이 있다. 주장 글에서는 '나'나 '우리'라는 주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더욱 설득력이 크다. 즉 객관적 서술태도가 필요하다. 나와 우리라는 주어 표현은 자칫 수필 혹은 신변잡기류의 글쓰기가 될 수 있다. "신뢰성과 공정성의 결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로 바꾸어 서술하는 것이 좋겠다.
6단락에서는 폐지하자고 주장하다가 7단락에서는 존속되고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부분 4단락과 5단락의 내용을 보면 입학사정관제가 운영에 문제가 있으니 폐지하자는 논지로 이어지는 게 설득력이 있다. 그러므로 7단락의 내용처럼 주장하기 위해서는 앞부분에서 왜 입학사정관제가 존속되고 확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선행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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