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유아 폭행사건의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거칠게 다루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CCTV 화면이 공분의 근원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 계류 중인 '어린이집 CCVT 설치 의무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범죄 예방이나 해결에 CCTV가 적지 않은 역할은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막는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종사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만 보더라도 교사 7명이 어린이 47명을 돌보고 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 여러 명을 한꺼번에 돌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다 상대적으로 낮은 월급과 잡무로 인한 비정상적인 근무시간이 교사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족한 재원이 걱정이라면 자활센터를 활용하거나 대학생 봉사를 연계한 보조인력 공급도 고려할 만 하다.
물론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당근'을 주는 대신 지도점검을 강화하는 '채찍'도 병행해야 한다. 어린이집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구청 공무원은 "1년에 한 차례 정기 지도점검을 실시하면 70~80%가 크고 작은 행정처분을 받는다"고 귀뜸했다. 그만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자격정지와 같은 강력한 처분의 요건을 보다 포괄적으로 조정해 법 준수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CCTV 설치에만 의존해선 안 되는 이유는 더 있다. CCTV를 통해 신체적 폭력을 확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언어적 폭력이나 방치 등 간접적 폭력은 쉽게 구분하기 힘들다는 위험도 있다. 또 화장실처럼 CCTV 설치가 불가능한 곳에서 이뤄지는 폭력을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나아가 CCTV를 통해 어린이집 구석구석이 기록된다고 할 때 교사들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도 있다.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막는 것과 어린이집의 경우는 다르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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