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출자사들, 재원 마련 없으면 청산 확정, 출자사 간 자본금 등 수조원대 소송 현실화
용산개발사업 최대주주 코레일이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에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31조원 짜리 용산개발사업은 삽 한 번 뜨지 못한 채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장진복 코레일 홍보실장은 29일 “이날 드림허브와 29개 출자사에 용산개발사업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4조~5조원의 자금이 일시에 유입되지 않는 한 사업은 정상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지난달 중순 사업 정상화를 위한 최종 방안을 민간출자사들에 제안했다. 하지만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 등 주요 민간출자사들이 “코레일의 사업해지권 등 독소조항의 변경이 필요하다”며 반대하자, 청산 후 원점서 재추진을 결정했다. 이어 11일 철도정비창 땅값으로 받은 2조4,167억원 중 5,470억원을 채권금융기관(대주단)에 반환했다. 코레일은 사업협약 해지를 근거로 30일 서울보증보험에 2,4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드림허브로부터 받은 땅값 중 나머지 자금은 은행에서 연 2.8∼3%의 저리 단기 대출을 받아 6월 7일(8,500억원)과 9월 8일(1조1,000억원)에 나눠 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청산시 회계장부상에 8조원으로 잡혔던 용산철도창 부지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자본금이 5조원 가까이 급감하는 등 코레일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도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간 막판 정상화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실제로 코레일 고위 간부가 민간출자사를 찾아가며 막후에서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은 독소조항에 대한 이견과 자금마련 방안 등에서 최종 절충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코레일의 사업협약 해지 통보에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민간출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민간출자사 관계자는 “코레일의 일방적 통보만으로 용산사업이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업협약 해지 정당성에 대한 사실 확인이 있기 전까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출자사들과 코레일이 극적으로 타협에 성공한다고 해도코레일이 이미 대주단에 납부한 5,470억원과 6월과 9월에 도래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원금 1조9,5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용산개발사업은 청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상화 가능성은 극히 낮은 편이다.
코레일이 드림허브에 청산 절차를 통보하면서 앞으로 소송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111층 랜드마크빌딩 설계를 맡은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받지 못한 설계비용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싱가포르의 부동산펀드도 이달 초 드림허브에 전환사채(CB) 상환을 요청하는 등 국제적 소송에 직면해 있다. 국내에서도 출자사들이 사업 청산 시 날리게 되는 자본금에 대해 코레일을 상대로 한 소송을 검토 중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용산철도창 부지 토지오염정화 공사비(983억원)와 CB(688억원) 매입 등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으로 용산개발사업에 편입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은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서울시와 드림허브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용산개발사업은 2007년 8월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와 1ㆍ2대 주주 간 주도권 갈등에 따른 자금난으로 지난달 12일 ABCP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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