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통합당 의원 등 전ㆍ현직 국회의원 7명이 불법 수수한 정치자금에 대해 세정당국이 증여세를 부과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과세 규정은 2005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이미 도입됐으나, 그간 정치인에 대한 과세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사문화한 조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를 주요 정책 기조로 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만큼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세금 추징의 강도가 훨씬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기획재정부와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추미애ㆍ김재윤ㆍ김상희 민주통합당 의원과 홍희덕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7명의 정치인에게 각각 100만~300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국세청의 이 같은 조치는 18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던 추 의원 등이 2008년 산재의료원 노동조합에서 받은 정치자금이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근로복지공단과의 통합에 소극적이었던 산재의료원 노조는 '고용안정 투쟁기금' 명목으로 8억1,000만원을 조성한 뒤, 환노위 의원들에게 1억5,160만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 추 의원 등 6명에겐 1인당 1,000만원 가량이, 홍 전 의원의 후원회 통장에는 2,970만원이 입금됐다.
추 의원 등은 세정당국의 증여세 부과 사실을 시인했다. 3명의 현역 의원 모두 "당국의 통보에 따라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으며, 액수는 불법자금으로 인정된 규모의 10% 안팎"이라고 밝혔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홍희덕 전 의원은 증여세 부과 처분 즉시 이의신청과 함께 조세심판원에 과세처분 취소를 위한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심판원 관계자는 "홍 전 의원에게서 소명자료를 제출 받아 검토했으나, 법원 판결로 불법 정치자금이 확인된 만큼 과세는 잘못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달 18일 홍 전 의원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세정당국 주변에선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정치인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세정당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로비 목적 등으로 오가는 정치자금은 지하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는 만큼 세정당국이 자체 파악하거나 법원 판결로 확인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세금 추징의 강도가 훨씬 강력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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