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원 출신으로 새 정부에서 장ㆍ차관이 된 4명 중 3명은 다니던 연구기관을 휴직한 채 장ㆍ차관직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정부에서 연구원 출신 장ㆍ차관이 대거 배출됐지만 겸직을 막을 규정은 없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직 중 고용노동부 장관에 선임된 방하남 장관,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출신 백승주 국방부 차관,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 박형수 통계청장(차관급)은 모두 휴직상태로 장ㆍ차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 퇴사 처리되는 원장 출신의 현오석(한국개발연구원) 경제부총리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농촌경제연구원)은 논외로 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이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만 사직했다.
이에 대해 공직자 윤리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처의 정책 사업 및 연구용역 등의 '몰아주기' 논란이나, 연구 결과의 '독립성'에 대한 의심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부는 최근 20억원 상당의 고용영향평가사업과 5억원 상당의 노동패널 사업, 연구 용역 5건 등 총 30여억원 규모의 사업 및 연구용역을 노동연구원에 발주했다. 고용부의 싱크탱크인 노동연구원이 당연히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장관이 적을 유지하고 있어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연구기관 출신이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장으로 갈 때는 대부분 관행적으로 사표를 냈다. 한 정부출연연구원 출신 박사는 "정부가 장ㆍ차관의 휴직을 알고도 허용한 것인지, 몰라서 그냥 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부 각료가 (사실상의) 산하기관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구기관들은 인사규정에 '다른 기관에 한시적으로 고용되었을 때는 휴직할 수 있다'고 명시해 겸직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이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신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도 장관 재임기간 동안 휴직한 후 복귀하는 등 선례가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구협력∙인사교류 차원에서 청와대나 관계 부처에 파견을 허용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규정을 정무직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협성대 라영재 교수는 "국회의원과 장ㆍ차관들이 재임기간 동안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백지신탁을 하는 것처럼, 정책의 정당성과 도덕적인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장ㆍ차관은 산하기관의 적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며 "폴리페서 논란 후 몇몇 대학들이 정계 진출 교수들에 대한 사직 규정을 마련했듯 정부도 정부출연연구기관 출신의 장ㆍ차관 겸직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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