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및 해외 특송 택배를 이용해 마약, 모의 총기 등을 거래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택배에 대한 보안 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택배의 경우 사실상 보안 검사 절차가 전혀 없어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해양경찰서는 독일 중국 홍콩 등지에서 공기소총, 공기권총, 저격용 모의 소총 등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시킨 혐의로 김모(29)씨 등 4명을 지난 24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해외에서 총기를 분해한 뒤 장난감 총을 수입하는 것으로 위장해 국내에 들여왔다. 국제택배를 통해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완제품 형태가 아닌 부품일 경우 장난감 부품이라고 속이면 적발하기가 어렵다"며 "국제 택배의 통관 절차가 허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세관 국제택배 담당자는 이에 대해 "하루 3만 건 이상의 화물이 거래되는데, X레이로 전수 검사를 한다"며 "특별하게 숨긴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적발된다"고 해명했다. 특히 총기 방아쇠 같은 경우는 X레이로 판독하면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적발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X레이 검사 이전에는 음영만으로 의심 화물을 분류해야 하는 만큼 허점은 존재한다. 총기 같은 경우 아주 세밀하게 분해해 그 형체를 알 수 없는 때에는 세관에서도 적발이 어렵다는 얘기다.
국제택배는 이처럼 세관이 불법 반입 의심 품목에 대해 보안 검사를 실시하는 시스템이라도 있지만 국내에서 거래되는 택배나 퀵서비스 등 개인 간 물류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안 절차가 전혀 없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KTX 택배를 이용해 마약을 사고 판 일당을 지난 22일 무더기로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6일 미군부대 판매용 면세 담배를 빼돌려 택배를 이용해 전국의 무허가 담배 도소매업자들에게 공급한 권모(50)씨를 적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내용물을 따로 검사하지 않는 택배의 맹점을 악용,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했다.
택배 서비스는 우체국, 물류업체, 철도를 비롯해 편의점까지 취급하고 있어 전국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배송시킬 수 있다. 발신인의 주소나 인적사항도 제대로 확인하는 곳이 없어 불법으로 물건을 유통시킬 경우 얼마든지 신분을 감춘 채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셈이다. 마약이나 담배뿐만 아니라 폭발물 등이 운송될 경우에도 사실상 적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택배업계는 연간 15억개(2012년 기준)에 달하는 택배 화물의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하루 평균 접수 건수가 600만 건, 택배기사 1명이 하루에 배달해야 하는 물량이 150개 정도인데, 쉴 틈 없이 배달만 해도 소화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포장 상태로 물건을 접수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내용물을 확인해 달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택배가 범죄에 악용될 여지는 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현실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개정된 물류정책기본법(제34조)은 '행정목적 상의 필요, 수사목적 상의 필요,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류 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범죄 예방보다 개인정보 보호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택배업체가 내용물을 점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경찰은 택배 관련 범죄 현황 및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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