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늘 말한다. "박봉(薄俸)이지만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직업"이라고. '정년 보장과 연금 혜택을 감안하면 그래도 민간 기업보다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랜 기간 적은 월급으로 고생한 데 대한 보상"이라고 반박한다.
흔히 '쥐꼬리'에 비유됐던 공무원의 평균 연봉이 5,000만원을 돌파했다. 대기업은 물론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공공기간 연봉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액수다. 공무원의 '박봉시대'가 사실상 끝난 셈이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최근 공무원의 월평균 기준소득액이 435만원이라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공무원 기준소득 월액은 초과근무수당 등을 모두 합한 연봉을 100만명 안팎의 전체 공무원 숫자로 나눈 것(세전)이다. 2011년 395만원, 2012년 415만원이던 기준소득 월액이 올해 435만원으로 증가하면서 공무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22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국 사회에서 평균 연봉 5,220만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평균 월급은 316만8,000원. 연봉으로 따지면 3,8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지난해 4분기 기준 2인 이상 전체 근로자가구의 평균 연봉 4,725만원(월급 393만원)과 비교하면 500만원 가까이 많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연봉도 턱밑까지 추격했다. 종업원 수 300인 이상 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은 5,860만원(월급 488만원ㆍ올해 1월 기준), 271개 공공기관의 직원 평균 연봉은 5,900여 만원(월급 493만원ㆍ지난해 예산 기준)이다. 공무원 연봉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연봉의 90% 수준인 셈이다.
이 정도 연봉 차이는 직업 안정성과 공무원 연금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정년은 53.7세. 이미 오래 전 '사오정 오륙도(45세 정년, 56세까지 남아 있으면 도둑)'이라는 조어가 나왔지만, 공무원만은 예외다. 올해 은퇴하는 공무원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210만원에 달한다. 한 공공기관 팀장은 "비록 평균 연봉이 공무원보다 높다지만 공공기관 직원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공무원이야말로 현직에선 각종 인허가권으로 갑(甲)의 위치를, 퇴직 후에도 사망할 때까지 월 2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 진정한 신의 직장"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는 내년 공무원 임금 9.6% 인상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물가인상률 2.5%와 경제성장률 2.8%, 민간보수 격차해소 정책조정률 4.3%를 모두 더한 것으로, 정부가 이를 승인한다고 가정할 경우 공무원의 내년 평균 연봉은 5,500만원을 넘게 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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