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수생이었던 A양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손목에 칼을 긋는 자해를 자주 했다. 엄마가 A양의 성적과 생활태도 등을 놓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거나 문제 삼을 때마다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던 것이다.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과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던 A양은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손목에 칼을 대면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스스로도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A양은 고민 끝에 24시간 청소년 상담전화서비스인 1388의 문을 두드렸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20여 차례 대면상담을 통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상담을 받은 청소년 4명 중 한 명은 A양처럼 우울ㆍ위축과 불안, 분노, 자살충동, 자해 등 정신건강 문제로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2012년 상담경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발원이 청소년(9~24세) 3,500명을 대상으로 대면상담을 한 결과, 정신건강 상담이 25.5%(8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신건강영역 중에서 우울ㆍ위축감에 따른 상담은 ▲2008년 4.3%(279건) ▲2009년 4.8%(179건) ▲2010년 6.8%(203건) ▲2011년 8.8%(261건) ▲2012년 12.6%(442건)으로 그 비중이 5년째 증가했고 자살ㆍ자해 시도에 따른 상담도 ▲2008년 0.5%(36건) ▲2009년 0.7%(27건) ▲2010년 2.8%(84건) ▲2011년 1.0%(30건) ▲2012년 3.1%(108건)로 대체로 증가세다.
정신건강 다음으론 대인관계(24.9%), 가족문제(14.2%), 학업ㆍ진로(11.5%), 컴퓨터 사용과 인터넷ㆍ중독(8.0%) 순으로 상담이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초등학생은 가족문제(24.8%)와 정신건강(21.3%) ▲중학생은 대인관계(28.7%) 정신건강(18.0%) ▲고등학생은 정신건강(32.7%) 대인관계(22.9%) ▲대학생은 정신건강(33.2%) 대인관계(26.4%)가 주된 상담 주제였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가족문제와 대인관계가 더 큰 문제이기는 했지만 정신건강 문제가 빠지지 않았다.
성별로는 여학생은 지난해 대인관계 문제로 인한 상담 비중이 38.5%로 남학생(10.4%)보다 약 4배 높았으며 반대로 남학생은 컴퓨터ㆍ인터넷 사용문제로 인한 상담 비중이 15.1%로 여학생(1.5%)의 10배나 됐다.
이영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교수는 "정신건강영역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오는 것인데 (고민 등)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대상과 환경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또래상담가처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청소년이 힘들어하는 상황을 발견하고 추후에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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