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해외로 도피했던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 윤모(57)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했다. 이를 두고 고위층 성 접대 의혹 사건, 국가정보원 직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로 얽혀 있는 경찰과 검찰이 또한번 마찰을 빚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윤씨에 대해 특가법 상 뇌물수수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지난 27일 기각했다. 검찰은 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육류수입가공업자 김모(57)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도 기각하고 보완 수사하라고 지휘했다.
윤씨 사건은 그가 서울지역 세무서장을 역임한 인물인데다 동생이 현직 검찰 간부로 재직하고 있고 그 인연으로 다수의 검찰 인사가 윤씨를 통해 골프장을 드나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과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는 민감한 사건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검찰의 윤씨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는 기본적인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안은 오직 범죄사실 입증이 부족해서 보강 수사를 지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다툼이나 현직 검사의 형님인 윤씨 봐주기 차원으로 보지 말라"며 "(범죄 혐의가) 명백한 사안이라면 검찰이 비난을 무릅쓰고 영장을 기각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검사와 관련된 문제는 자칫하면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부연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앞서 경찰은 윤씨와 김씨가 이용했던 인천 S골프장에 대해 지난해 7~11월 7차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에 의해 6차례 기각된 바 있다. 윤씨 사건은 그때부터 검경이 '기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는 수사 중 해외로 도피, 체포영장까지 발부돼 붙잡혀 왔는데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해 8월30일 경찰에 통보하지 않고 홍콩으로 출국해 캄보디아를 거쳐 태국에 머물다 지난 19일 불법체류자로 붙잡혀 송환됐다.
검찰 측은 그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됐어도 불구속 수사하는 사례는 많다"며 "도피 자체만으로 범죄 사실이 없는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재차 반박했다.
경찰은 지난해 김씨 자녀의 대학 부정입학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씨가 서울 성동세무서장이던 2010년 김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현금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했다. 또 영등포세무서장으로 옮긴 2011년 2월 1개당 10만원인 갈비세트 100개를 받고, 2010년 10월부터 1년여 동안 4,10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는 해외 도피 후 변호인을 통해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은 시인했지만 직무 대가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도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골프비용 대납 사실은 인정했지만 현금 및 갈비세트 전달은 부인했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윤씨와 김씨 사이에 돈이 오간 사실과 대가성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라고 경찰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윤씨의 혐의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영장 기각 직후 윤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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