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요즘 온통 '꿈' 타령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3월 국가주석으로 취임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실현하자"고 외친 이후 가는 곳마다 꿈을 노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식에서 "중국의 역량을 한 데 모아야 한다"며 "민족과 인민이 단결할 때 중국의 꿈은 더 강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민족은 대만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8일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린 보아오(博鰲)포럼에 참석, 샤오완창(蕭萬長) 전 대만 부총통과 만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의 동포가 진심으로 단결하고 협력해 모든 동포가 더 큰 행복을 누리도록 하자"고 역설했다.
그는 당시 양안 협력을 위한 '4대 희망'까지 내놓았다. ▦양안 동포는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경제 협력을 촉진한다 ▦경제 영역에서 고위층 대화와 협조를 강화, 경협의 새로운 장을 연다 ▦경협의 틀을 활용한 지속적 대화로 경협 제도화를 제고한다 ▦이를 통해 양안 관계의 평화와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4대 희망의 골자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으로 취임하기 전인 2월에도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을 초청해 "양안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평화 통일을 촉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롄 명예주석은 2005년 국민당 주석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양안 분단 후 처음으로 국공(國共)회담을 열어 화해의 돌파구를 마련한 인사다.
시 주석이 이처럼 대만에 공을 들이는 것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대만과의 통일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100년 넘게 치욕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서구 열강은 물론 일본에게까지 국토가 침략당했으며 수 많은 인민은 참혹한 최후를 맞았다. 이후 어렵사리 신중국을 건설하고 문화대혁명의 홍역까지 치른 뒤 나온 게 개혁개방이다. 미국과 함께 양대 강대국(G2)이 된 지금의 중국을 만든 건 바로 개혁개방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 될 통일 대장정에 나선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이 중화민족 통일의 꿈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기만 하다. 그러다 한반도로 시야를 돌리면 숨이 턱 막힌다. 시 주석이 대만을 향해 '4대 희망'을 제시한 바로 그날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를 풀기 위한 실무 회담 제의가 거부되자 한국 정부도 결국 27일 개성공단 체류 인원의 전원 귀환을 결정했다. '한반도 평화의 심장'이자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한민족 통일을 위한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개성공단은 이제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중국과 대만은 지도자들끼리 계속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서로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논의하고 있는 반면 남북한은 '그래 네가 죽나 내가 죽나 끝까지 한번 가보자'는 심산으로 '중대조치'들만 남발하고 있다.
이렇게 남북이 갈라져 싸우는 것은 주변국들에게 어부지리만 줄 뿐이다. 실제로 북한의 핵 도발은 일본의 극우가 활개칠 수 있도록 자리를 펴줬다. 중국은 또다시 한반도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쌓았다. 남북이 하나가 돼 중국의 부흥과 일본의 부활에 대응해도 버거운 판인데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만 하는 형국이다. 이러다가 자칫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엄습한다.
시 주석은 지난달 대만을 향해 "양안이 평화 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는 역경과 장애도 있겠지만 중화민족 전체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생각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의 남북 지도자들도 되새겨야 할 말이다. 국가나 정권이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지혜와 묘책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