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11년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의 발생원인이 집중호우임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피해 유가족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28일 서울시가 서울연구원에 의뢰해 발간한 '2011 수해백서'에 따르면 2011년 7월 27일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는 장마로 지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큰 비가 사흘 연속 내리면서 빗물과 섞인 흙과 돌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당시 산사태로 1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시는 지난해 조사단을 꾸려 두 차례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을 조사하고 나서 인재보다는 천재라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반발하는 등 갈등은 불식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 소속 김연선 시의원도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를 왜곡했다"며 "관계공무원과 조사자를 고발하고 감사청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시가 산사태 발생지점 인근의 서초ㆍ관악 관측소가 아닌 원거리에 있는 송월동 기상청 측정자료를 이용해 강우량을 과다 계산한 반면 다른 요인들은 축소ㆍ은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연구원은 사방시설이 적어 피해 발생 면적이 상대적으로 컸다면서도, 인재보다는 천재로 인한 산사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구원은 백서에서 그 해 6월 22일 장마를 시작으로 7월 17일까지 26일간 지속적으로 비가 내렸으며, 특히 7월 26~29일에는 평년 연강수량의 41%인 595㎜의 기록적인 강우가 발생하는 등 유례없는 폭우라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특히 산사태가 발생했던 27일 오전 7~10시 서초구의 강우량은 161㎜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우면산의 지반과 수목이 산사태에 취약한 종류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우면산의 토양은 응집력이 낮아 쉽게 산사태를 유발하는 모래질 시트가 전체 토양의 70%이며, 바위나 돌도 지질위험도가 큰 흑운모상 편마암이 많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래미안·신동아 아파트, 전원·형촌마을 등 주요 피해지역 81곳을 분석하면서 지면이 얕아 나무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2010년 태풍 곤파스와 2011년 7·27폭우가 발생했다는 점, 인근 약수터로 볼 때 지하수위가 높다는 점도 주원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연구원의 이번 발표는 다음달 서울시의 최종 발표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서울시와 자치구의 책임을 회피하는 성격이 짙어 피해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연구원은 사방시설이 비교적 많이 설치된 관악구는 당시 산사태가 18곳 이상에서 발생지만 피해 면적은 서초구의 25%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어 사방시설의 확충을 요구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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