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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주인 있는 FTA, 어떻게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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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주인 있는 FTA, 어떻게 갈 것인가

입력
2013.04.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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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자. 김대중, 노무현의 10년 정부는 왜 보수 정부에게 졌는가? 첫 패인은 한미 FT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보수 쪽에서 추진했을 법한 강도 높은 통상 정책을 추진하면서 민주당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리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한미 FTA가 국회에서 날치기되던 날, 민주당 지도부들은 모 인사의 출판 기념회에 대거 참석했고, 일부러 국회를 비워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중도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보수파들은 지난 총선의 패배를 FTA에 대한 비판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 역시 한미 FTA는 중도냐, 진보냐, 이걸 가르는 기준처럼 이해되었었다. 민주통합당으로 바꾸면서 FTA ‘재검토’가 강령 22조에 들어갔는데, 이번에 다시 민주당으로 바꾸면서 이 강령을 없애려고 한다. 외형상 복지, 안보, 이런 게 정치의 주요 이슈처럼 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게 바로 FTA 아니었던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김종현 변호사로부터 시작된 이 일련의 열풍은 경제 주체와 협상 주체가 지나치게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는 주장을 오랫동안 했었다. 대통령과 나는 당연히 경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를 텐데, 이제 보니 거의 유일하게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이 ‘통상 거버넌스’였던 것 같다.

어쨌든 산업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통상 기능이 신정부 출범과 함께 이관되었다. 나는 이것을 긍정적이라고 보았다. 특정 산업에 폐해가 지나치게 생겨서 산업 운용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하니까, 국내 경제에 너무 큰 피해를 주면서까지 특정 FTA를 무리해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노무현 시대 이후, 우리는 통상이 통치가 되는 기이한 시대를 보냈던 것 아닌가?

이번에 산업부에서 새로 통상 업무를 맡으면서 FTA에 대한 슬로건을 ‘주인이 있는 FTA’로 바꾸었다. 외교부에서 가지고 있던 ‘동시다발적 FTA’에서 약간의 기조 변화가 생겨날 모양이다. FTA는 체결 자체가 아니라 실익이 발생하는 게 진짜 중요한 일인데, 기존에 외교부는 협정 체결을 성과로 보는, 그야말로 체결주의 경향이 너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 기조에도 변화가 오니, FTA와 통상 정책을 좀 장기적으로 보고 가면 좋겠다. 세 가지 주문을 하고 싶다.

첫째, 성과 평가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EU FTA 등 기체결된 FTA에 대해서, 지금쯤은 과연 어떤 효과가 발생했고, 앞으로 어떤 점이 보완되거나 재협상되어야 할 것인가, 그런 것들을 차분하게 보고 가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지금, “그러니까 더 많은 FTA가 필요하다”는 외교부의 주장은 너무 이념적이었다. 산업마다, 국가마다 경우가 다른 데, FTA가 무조건 선이라는 일방적 주장은 좀 너무 한 것이었다.

둘째, ‘주인’이 과연 누구냐, 여기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 위주의 특정 산업의 요구만 협상에 반영될 위험이 산업부가 통상을 추진할 때 생겨날 편향성이다. 이걸 완화하기 위하여 시민을 비롯한 수많은 분야의 직간접적 ‘스테이크 홀더’들, 특히 노동자와 농민, 중소기업 등 약자들의 의견도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

셋째, 통상 분석능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분석인원이 너무 적다. 그래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도표 몇 개 던지고 말지만, 이렇게 약한 통상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강화시키지 않으면, 100전 100패가 예상된다. 산업별, 국가별 전문 분석관을 대거 확충, 100명 이상의 상시 분석체계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 수출중심국가라면서 지금의 분석 체계를 한번 보시라. 신기할 정도로, 이 업무를 보는 사람이 적다.

우석훈 타이거픽쳐스 자문,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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