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8일 미 연합군의 점령 통치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주권회복기념식을 정부 주도 행사로 개최했다. 일본 정부는 '굴욕의 날'이라는 오키나와(沖縄) 주민의 반발에도 불구, 일왕까지 앞세워 행사를 강행해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이날 도쿄 헌정기념관에서 가진 주권회복기념식에서 "(일본이) 지금까지 걸어온 족적을 생각하면서 미래를 향해 희망과 결의를 새롭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1945년 8월부터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점령 통치를 받다가 1952년 4월 28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표로 6년8개월 만에 독립했다. 일본 보수 단체들은 이날을 주권회복기념일로 지정, 1997년부터 매년 민간 주도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최근 이 행사를 정부 주도 행사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식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중ㆍ참의원 의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사민당, 공산당 등 진보 성향의 야당은 오키나와 주민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있는 이 행사에 일왕까지 참석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이유로 참가를 거부했다.
이날 오키나와현 기노완시(宜野湾市)에서는 '4ㆍ28 굴욕의 날 오키나와 대회'가 개최됐다. 오키나와 주민들이 일본 정부 행사에 반기를 든 이유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돼 오키나와, 아마미(奄美)군도, 오가사와라(小笠原) 열도가 일본 본토에서 분리돼 미국의 시정권 하에 계속 놓였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주민은 1972년 5월 일본에 다시 반환되기까지 미군정 통치를 받는 사실상 식민지로 전락했다며 이날을 굴욕의 날로 인식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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