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권 사회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고집스러운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한 내부 문서가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을 놓고 긴축을 주장해온 독일과 성장을 강조해온 프랑스의 갈등이 드러났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사회당이 6월 유럽 사회당 대회를 앞두고 만든 문서의 초안에서 긴축을 추진해온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유럽 내 보수주의자들을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21쪽 분량의 문서 초안에서 사회당은 “유럽을 선택 메뉴로 보고 대처리즘에 빠진 캐머런과 고집스러운 이기주의자 메르켈의 정략결혼으로 유럽의 계획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서는 특히 강력한 긴축을 우선하는 메르켈을 “독일 예금자와 무역지수, 선거에만 집중하는 이기주의자”라고 표현했으며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봉건 보수주의에 갇힌 수감자”라고 비판했다.
사회당 출신 각료들의 연이은 강경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클로드 바르톨론 하원의장은 르몽드 인터뷰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독일과의 관계를 ‘우호적인 긴장상태’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양국의 관계를 과대평가한 것”이라며 “독일과는 긴장관계, 때로는 대립관계”라고 밝혔다. 그는 “긴축정책은 유럽을 구하기보다는 혼내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베누아 아몽 소비자 장관도 “이제 유럽에서 긴축을 끝내야 한다”며 “메르켈 총리만 긴축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프랑스는 사건 진화에 나섰다. 올랑드 대통령 측은 “문서는 사회당의 입장만을 대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메르켈 총리 측도 “양국의 협력은 매우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사회당은 논란이 확산되자 문서에서 메르켈 평가 부분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번 문서 유출로 향후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과 관련한 양국의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독일의 지배적인 지위에 대한 프랑스의 노골적 적개심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문서 유출로 독일이 프랑스의 재정적자 감축 기한 1년 연장방안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랭 쥐페 전 프랑스 총리는 “독일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면 프랑스가 유럽에서 철저히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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