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로맨틱한 장면이 연출됐다.
정경진(26ㆍ창원시청)은 내달 26일 2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보은장사대회 준비 탓에 프러포즈도 못한 상황이었다. 정경진은 백두장사에 올라 프러포즈를 할 계획을 세웠고, 마침내 꿈이 이뤄졌다. 팀 동료 이대현의 누나인 예비 신부는 정경진의 예상치 못한 프러포즈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정경진은 28일 충청 보은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 2013 보은장사씨름대회 백두급(150kg이하) 결승전(5전3선승제)에서 손명호(의성군청)를 3-2로 제압하며 백두봉에 올랐다. 생애 두 번째 황소 트로피다. 정경진은 8강전에서 이재혁(울산동구청)을, 4강전에서 김승현(의성군청)을 각각 2-0으로 물리치며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결승 상대는 지난 2월 설날대회 8강에서 만났던 손명호. 당시 손명호를 2-0으로 제압한 적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만만치 않았다. 손명호는 16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윤정수(현대삼호중공업)를 제압하는 등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정경진은 손명호에게 호미걸이 기술에 걸려 첫 판을 빼앗겼다. 그러나 밭다리와 들배지기로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정경진은 넷째 판을 들배지기로 내주며 균형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판에서 돌림 배지기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모래를 뿌리며 포효한 정경진은 여자 친구와 함께 장사 타이틀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꽃으로 만들어진 꽃 목걸이를 예비 신부 목에 걸어주며 멋진 프러포즈를 했다. 정경진은 "이번 대회를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두면서 힘과 근력을 키우는데 매진했다.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여자 친구는 항상 옆에서 힘이 된다. 앞으로 더 재미있고 다이내믹한 씨름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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