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27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열렸다. 17조3,000억 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해서, 여야가 주말에도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날 추가 정책질의 때 자리를 지킨 의원은 예결위원 50여명 중 고작 6명이었다. 개성공단 인원 철수 등 급박한 현안에도 정홍원 국무총리와 장관들은 이날 아침 10시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릴없이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대정부질문이 열린 25일에는 텅 빈 본회의장에 민망해진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출석을 부르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출석 확인된 의원은 재적 300명의 20%도 안 되는 59명이었다. 그나마 자리를 지킨 '기특한' 의원 중 상당수도 졸거나 휴대폰 검색에나 열중했다.
이튿날엔 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일본 총리 등의 망언이 연일 이어지는 마당이어서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아침부터 일찌감치 회의를 열어 '일본각료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침략전쟁 부인 망언 규탄 결의안'을 채택한 터였다. 그러나 오후 본회의장의 의원은 결의안 채택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에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외통위 결론이 예정보다 다소 늦어진 탓도 있지만 어쨌든 정족수만 채웠으면 처리될 사안이었다. 결국 29일 본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이지만 타이밍을 놓쳐 김은 빠졌다.
국회의원들의 낮은 출석률은 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지난해 19대 국회 개원 당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모두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이번에도 다 허언(虛言)이 됐다. 최소한의 책임의식조차 없는 의원들 때문에 외국의 망동에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다급한 추경예산 심의도 엉터리로 진행되고 있다. 긴급한 추경 취지는 아랑곳 없이 이틈에 민원성 지역구 예산이나 끼워 넣으려는 행태만 재연되고 있다. 입법권을 갖고 있으니 스스로를 옥죄는 법을 만들 리도 없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정치개혁이고, 선진국회다. 도대체 이 한심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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