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가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주 대기업 계열사 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멈춰 섰고,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정년연장 법안도 여당 일각의 반발로 내일 본회의 상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대체휴일 도입 법안도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처음 법안 상정 직후 논의 단계에서 여야가 앞을 다투어 강조했던 입법 의지가 이처럼 후퇴한 배경으로는 재계의 반발과 이를 고려한 정부의 태도 완화가 주로 지적된다. 특히 재계의 반발은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직접적 이해당사자의 우려란 점에서 국회 논의에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했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5단체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입법 자제를 국회에 촉구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까지 동참해 반발의 타당성을 끌어올렸다. 이들의 주장대로 경제민주화 논의가 국민의 반 대기업 정서에 일방적으로 기대어 대기업에 심리적 부담만 가중해서는 애초의 목표였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의 과실(果實)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활동 위축은 중소기업과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도 남는다.
그러나 초기의 조악한 논의 단계에서라면 몰라도 이미 많은 '독소 조항'이 빠지거나 고쳐진 마당의 조직적 반발은 지나친 엄살로 비친다. 재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의 경우 이미 부당거래의 판단 기준이 완화됐고, 법체계 정합성이 떨어지는 '30%룰'도 빠졌다. 횡령 등의 형량을 늘려 집행유예가 어렵도록 하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 논의는 국민의 법 감정 변화를 반영, 다른 범죄에도 잇따라 적용되고 있다.
대체휴일 도입이나 정년연장에 대한 재계의 무조건 반대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체휴일에 대해 재계는 선택적일 수밖에 없는 대체 고용 비용이나 생산 감소액을 합쳐서 거론할 뿐, 휴일 증가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나 소비 진작 효과는 외면하고 있다. 또한 정년 연장은 '임금 피크제'를 통해 그 부작용을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으며, 한국 경제의 더욱 근본적 문제인 노동력 부족의 핵심 해결책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독소조항이 제대로 빠진 데서 보듯, 여론은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나름대로 균형이 잡혀있다. 판에 박힌 재계의 엄살이 자칫 그 균형을 무너뜨릴 진짜 위험 요인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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