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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르디의 격정 오롯이...오페라보다 더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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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르디의 격정 오롯이...오페라보다 더 생생

입력
2013.04.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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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는 격정의 드라마다.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치는 밤바다로 시작하는 서곡부터 무어인 장군 오텔로가 질투에 눈이 멀어 순결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그 뒤를 따르는 결말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의 이중창처럼 서정적인 장면도 있지만, 금관이 으르렁대고 목관이 넘실대며 팀파니가 미친 듯 달리는 대목은 심장 박동을 마구 높인다.

정명훈의 지휘로 서울시향이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 '오텔로'는 얼얼할 만큼 강력한 감동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꼭 태풍이 지나간 느낌이다. 무대장치와 의상 없이 진행한 콘서트 형식이었지만, 실제 오페라보다 더 생생했다. '오텔로'가 정명훈 최고의 레퍼토리임을 새삼 확인했다. 극적인 대비가 강하고 감정이 격변하는 음악을 훌륭하게 소화한 서울시향의 역량이 자랑스럽다.

가수들은 최상의 가창력과 함께 실제 오페라를 하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테너 그레고리 쿤드는 위엄 있는 영웅에서 가련한 미치광이로 변하는 오텔로, 그 자체였다.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확신한 오텔로가 '내 행복과 영광은 모두 끝났다'며 절규하듯 부르는 노래는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데스데모나 역 소프라노 마리아 루이자 보르시의 섬세하고 치밀한 노래도 일품이었다. 깊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표현력을 갖춘 그의 노래는 의심으로 미쳐 날뛰는 오텔로 앞에서 고통에 울 때, 죽음을 예감하고 부르는 '버들의 노래'와 '아베마리아', 죄 없이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 등에서 더욱 빛났다.

이 오페라에서 이아고는 주인공 오텔로 못지 않게 강한 인상을 남기곤 하는 악역인데, 바리톤 사무엘 윤이 그러했다. 오텔로의 내면에 뱀처럼 스며드는 독기를 뿌리고 거미줄에 걸린 희생물이 몸부림치는 것을 차갑게 지켜보는 이아고는 순수한 악의 결정체다. 음흉함과 냉혹함을 오가며 선의를 비웃고 신의 의지에 도전하는 이아고를, 사무엘 윤은 소리의 결을 민첩하게 바꿔가며 다채로운 표정 연기와 함께 완벽하게 그려냈다.

카시오 역의 테너 전병호, 에밀리아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로도비코 역의 베이스 함석헌 등 조역들의 호연, 고양시립합창단 등 4개 합창단 130여 명이 노래한 웅장한 합창도 아주 훌륭했다. 이만큼 만족스런 '오텔로'는 드물 것이다. 열광과 기립박수는 당연한 것이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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