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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식자재·의약품 전달까지 막히자 “국민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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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식자재·의약품 전달까지 막히자 “국민 보호”

입력
2013.04.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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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개성공단 우리 측 체류 인원 전원 철수란 초강경 대북 카드를 뽑아 들었다.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은 우선'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우리 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상황 논리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측의 벼랑 끝 시위 전략과 의도에 더 이상 끌려 가지 않겠다는 정세적 판단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초강수의 외피를 두르긴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국민 보호를 위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 175명은 현재 식량이 없어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고 의료진과 의약품이 없어 병이라도 나면 남쪽으로 긴급 호송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은 24일 의료진과 식자재 운송을 위한 최소 인원의 방북 허용 등 요구 사항을 담은 문건을 받는 것조차 거부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식료품이나 의약품 같은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좀 해달라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거부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임을 누구보다 강조해 온 박 대통령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북한의 문건 접수 거부 사실을 보고 받은 뒤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박 대통령이 이날"가장 좋은 방법은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것이겠지만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말한 데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읽힌다.

박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 대북 정책의 큰 골격은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배분으로 요약된다. 실제 강경 일변도를 달려온 이명박정부 때와 달리 박 대통령은 "도발하지 않고 대화에 나서면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대북 유화 메시지를 출범 이후 여러 차례 던져 왔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는 막무가내였고, 급기야 우리 국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지금은 채찍을 들어야 할 시점으로 본 것이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강경 기조로 완전히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우리 차원에서 긴장 수위를 더 이상 끌어 올리는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 기조로 돌아서거나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국민 보호를 위한 것이지 대북 공세를 취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연히 박 대통령 대북 정책의 골간인'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계속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도 24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이런 상황에도 저런 상황에도 항상 맞춰서 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와대 의도와 무관하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조치가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먼저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향후 우리 쪽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신뢰 프로세스가 공회전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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