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왔던 개성공단이 사실상 잠정 폐쇄 상황에 놓이게 됐다. 북한이 26일 '우리가 먼저 중대조치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전날 우리 정부의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거부한 데 이어 우리 정부가 '근로자 전원 철수'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은 가동 9년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서 개성공단이 '제2의 금강산 관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개성 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측 체류 인원은 모두 귀환하게 된다. 이후 정부는 개성공단과 연결된 송전과 통신을 차단할 계획이다.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안보 위기가 불거지면서 점화된 개성공단 사태는 이달 초 북한이 공단에 들어가는 우리 측 인원의 통행을 막으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개성공단 폐쇄 등을 포함해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던 북한은 9일 북측 근로자들의 출근을 금지시켜 사실상 이 때부터 개성공단은 가동이 중단됐었다.
우리 정부가 근로자 철수 방침을 세움에 따라 향후 북한도 맞불 차원에서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금강산 관광 중단 때처럼 현지 업체의 자산을 동결하고 압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 양측 모두 개성공단의 완전 폐쇄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남측은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진행이 어려워진다는 점에, 북측은 공단 폐쇄에 따른 재정적 손실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개성공단에는 북측 근로자가 5만3,000여명에 이르고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20만명 정도가 관련돼 있어 공단 폐쇄는 적지 않은 내부 파장을 부를 수 있다.
이에 따라 남북이 개성공단 잔류 인원의 귀환 문제 등을 놓고 대화 테이블에 앉는 다면 경우에 따라 공단의 정상화 방안이 논의될 수도 있다. 일정 기간 폐쇄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한미 독수리연습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는 5월 초쯤에는 새로운 국면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남북이 강대 강 국면으로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어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상황까지 직면했지만 한반도 안보 위기가 조금 가시면서 북한이 주변국과 대화 움직임을 보일 경우 개성공단 문제도 다시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