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슬픈 베이비박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슬픈 베이비박스

입력
2013.04.26 18:31
0 0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는 국내 유일의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다. 키울 수 없어 버리려던 아이라면 여기로 데려와 목숨이라도 살리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시설이다. 가로 세로 1m도 안 되는 이 작은 베이비박스는 제 배로 낳은 아이를 포기해야만 했던 부모들의 기구한 사연, 아이들 목숨을 살리고자 백방으로 뛰었던 한 성직자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입양 아동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부터, 베이비박스를 단순히 미담으로만 다룰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한 달에 한두명이던 베이비박스 아이가 법 시행 이후 매달 스무명에 육박할 정도로 폭증한 것이다. 여기서 영아 유기 책임의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 베이비박스와 입양특례법 문제에는, 그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치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법의 부작용을 말하는 이들은 "미혼모에게 출생신고를 강요하는 법 때문에 어린 생명이 희생된다면 그 법은 고쳐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을 옹호하는 이들은 "아기를 수출하던 부끄러운 현실을 고치려 만든 법이고 법 안에서 산모의 비밀유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혼인관계 밖에서 태어난 아이는 2011년 9,959명이다. 2002년 5,184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추세라면 비혼(非婚) 가정의 아이는 더 늘어날 것이고, 경제적 이유에서든 사회ㆍ문화적 편견 탓이든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친생부모의 보살핌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 한, 베이비박스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영아유기는 정말로 입양특례법의 책임일까, 아니면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부추기는 것일까?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 이종락 목사는 말한다. "목숨을 살리는 일에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그렇기에 베이비박스 문제는 언론에서 계속 다뤄야 합니다."그러나 베이비박스를 반대하는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영아유기가 늘었다면 베이비박스를 미담처럼 반복 보도한 언론의 책임입니다."

저 상반된 논리와 주장 사이에서 우리는 입양특례법과 베이비박스가 놓일 수 있는 자리를 찾고자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