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국가·테러리즘 등 주제로
인터넷이 불러올 미래 섬세한 예측
"북한 경제가 성장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터넷 개방입니다. 그걸 전하려고 애썼습니다." 지난 1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최근 인도의 한 강연에서 자신의 방북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경영자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정말 폐쇄된 국가" 북한을 비롯해 미얀마, 인도를 다니며 적극적으로 이 같은 인터넷 예찬론을 펼치는 데는 비즈니스적인 속셈이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의 확대가 사람과 사람 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의 소통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그것이 효율과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그의 설명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는 슈밋 회장이 외교정책 전문가이며 구글의 싱크탱크 '구글 아이디어' 소장인 재러드 코언과 함께 인터넷이 불러일으킬 희망과 과제를 함께 검토한 책이다. 주제는 언론, 국가, 혁명, 테러리즘, 전쟁, 민주주의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저자들은 기존 주류 언론의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은 계속되겠지만 현재 방식을 고집할 경우 살아남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존 언론의 당면한 과제는 온 세계에서 나오는 접근 가능한 새로운 목소리를 전부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뿐이다. 국가는 인터넷의 발달의 수혜를 받을 수도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 기술을 활용해 은밀하게 시민의 개인정보를 캐내 그들을 감시할 수 있지만 반면에 정보의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해지면 국가의 통제 능력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여러 미래 예측 중에서도 한국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것은 '디지털 도발과 사이버 전쟁'이다. '우리는 이미 국가 주도의 사이버 전쟁 시대에 살고 있다'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사이버 전쟁은 북한 같은 나라만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이란의 핵개발을 교란시키기 위해 미국도 이를 이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가상공간의 전쟁이 총탄이 오가는 현실의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사이버전쟁 자체가 계속 확산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경고한다.
아랍의 재스민 혁명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인터넷이 혁명의 도화선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에서 홍역을 치렀던 저자들은 중국에서도 갈수록 '대중의 정의실현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거기에 경제성장까지 둔화할 경우 '향후 수십 년 내에 중국은 어떤 식으로건 혁명을 경험할 것'으로 봤다.
거대한 인터넷 기업 운영의 경험과 다양한 외교 현장 체험이 녹아 있는 이 책은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많은 책들처럼 IT기업의 경영자나 국가 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삶의 물리적인 조건이 어떻게 변할지에 관심 있는 개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저자들이 지적하는 대로 지구촌을 거미줄처럼 엮어내는 정보망의 확산으로 일어날 변화는 한 사람 한 사람 인생의 모든 측면에 영향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가, 언론, 혁명, 테러리즘, 전쟁이라는 주제 자체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인터넷이 불러올 미래에 대한 섬세한 예측 못지 않게, 그 미래에 대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통찰을 담은 책이 기다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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