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넓은 하늘과 수많은 별을 누구나 마음껏 올려다봤지만 요즘 하늘은 빌딩숲에 가려 조각났고, 별은 네온사인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덩달아 천문학은 학교 또는 연구기관에서나 접하는 특별한 학문이 돼버렸다.
하지만 학위를 받은 적도, 논문을 쓴 적도 없고 본업은 따로 있지만 그저 별을 찾는 게 즐거워서, 하늘이 숨 막히게 아름다워서, 머나먼 우주가 궁금해서 밤을 손꼽아 기다리고 망원경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 곳곳에 있다. 이들이 바로 아마추어 천문가다. 하늘을 안 보고는 못 배기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근대 천문학의 기초를 쌓은 공을 이들 아마추어에게 돌렸다. 지구 저 멀리 천왕성의 존재는 망원경을 만들 줄 알았던 작곡가가, 태양 흑점의 주기는 17년 동안 날마다 태양을 조사한 약제사가 알아냈다. 아마추어 천문인 존 베비스는 금성이 수성 앞을 통과하며 수성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을 관측한 유일한 사람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현대 들어 천문학이 정식 과학 분야로 자리잡고 학위가 생기면서 아마추어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하늘과 별, 우주는 점점 학위와 논문을 갖춘 전문가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아마추어가 존재하는 이유를 저자는 "전문가들의 노력만으로는 다 채울 수 없는 공백"이 있어서라고 했다. 그 공백을 채우고 있는 우리 시대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을 만나며 우주의 장관이 보여주는 미학을 직접 즐겨본 저자의 경험이 이 책엔 소설처럼 녹아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누구보다 과학자들이 읽길 내심 기다리는 것 같다. "여러분이 황야에서 통나무집에 지붕 들보를 올리는데 이웃이 돕겠다고 나타났다면, 그 사람이 건축 도급업자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나중에 택지 분양 지구로 바뀐 다음에야 일어난다"는 재치 있는 비유에서 그런 생각이 엿보인다. 과학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고집하는 과학자는 이 책이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땐 가슴으로 하늘을 봤는데, 어느덧 가슴은 식어가고 차가운 머리로만 우주를 대했다. 책을 읽는 동안 멈춰 있던 내 가슴이 다시 뛰는 소리를 들었다." 한 천문학자의 고백처럼 말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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