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멸종한 나그네비둘기는 한때 북미대륙에서 가장 흔한 새였다. 이 새는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수백만 마리씩 떼를 지어 한번에 수백㎞씩 비행하는 장관을 연출하곤 했다. 조류학자 존 오듀본은 1831년 나그네비둘기 떼의 비행을 보고 "일식이 일어난 듯 한낮의 빛이 흐려졌다"고 썼다. 미국 위스콘신주 지역에 형성됐던 번식지에는 약 1억3,600만마리의 나그네비둘기가 모여들었는데, 그 넓이가 일본 도쿄 전체 면적과 맞먹을 정도였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사냥꾼들이 나그네비둘기를 잡아들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사냥꾼들은 숲에 몰려 있는 나그네비둘기를 향해 총을 쏘고 그물을 던지는 것은 물론 나무 아래에 끓는 황산 솥을 놓아 새들을 질식시키는 등 무자비한 방식으로 사냥에 나섰다. 잡힌 새들은 화물 열차에 실려 도시로 운송됐다. 12마리에 몇 센트밖에 안 하는 구운 나그네비둘기 고기는 도시민들이 일용 양식이 됐다. 나그네비둘기 숫자가 급격히 줄자 미네소타주에서는 1897년 금렵기(禁獵期)를 정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마지막 야생 나그네비둘기는 1900년에 총에 맞아 사라졌고 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마지막 개체도 1914년 9월1일 죽었다.
오랫동안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있던 나그네비둘기를 부활시키려는 사람이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대 생물학자인 벤 노박이다. 노박은 "우리가 나그네비둘기의 멸종을 초래했으니 이들을 되살릴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박의 계획은 13억쌍에 달하는 나그네비둘기의 DNA 염기서열을 해독해 원시생식세포를 배양한 후 이를 꼬리줄무늬비둘기 배아에 심어 복원한다는 것이다. 꼬리줄무늬비둘기는 현존하는 비둘기 종 중 유전적으로 나그네비둘기와 가장 가깝다. 이를 위해 노박은 자연사박물관을 전전하며 보관된 1,500여마리의 나그네비둘기 박제들로부터 DNA를 채취하고 있다. 박물관 박제에서 얻은 DNA는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됐거나 외부 DNA에 오염되는 등 온전하지 못한 상태가 대부분이지만 노박은 '멸종 해제(de-extinction)' 작업을 단념하지 않는다. 노박은 "닭의 원시생식세포를 오리 알에 주입해 태어난 수컷 오리가 닭의 정자를 생산한 사례도 있다"며 "과학계에서는 복원 과정이 면밀하게 연구된 상태이기 때문에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노박은 이미 나그네비둘기가 무사히 태어난 이후의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그의 포부는 월동지와 번식지를 정해 놓고 철 따라 이동했던 나그네비둘기의 습성을 복원된 나그네비둘기들에게 훈련시키는 것이다. 노박은 "내 꿈이 현실이 되면 하늘은 다시 나그네비둘기 떼로 뒤덮일 것이고, 나그네비둘기가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 동물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은 노박만이 아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최근 생물학자 사이에서 복원이 유행"이라며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주머니곰, 매머드, 도도 등도 후보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롱나우재단이 공동 주최한 복원 포럼에는 세계 생명공학자, 동물학자, 윤리학자, 환경보호론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마이크 아처 교수는 위부화개구리의 복원 계획을 소개했다. 1973년 호주 퀸즐랜드 열대우림 지역에서 발견된 위부화개구리는 위에서 알을 부화시킨 후 올챙이를 토하는 특이한 종이었다. 하지만 이 개구리는 환경오염으로 빠르게 개체 수가 줄어들었고 1980년대 중반 이후 자취를 감췄다. 아처 교수 등 연구진은 "위부화개구리 표본에서 DNA를 채취, 아종(亞種) 개구리가 낳은 알에 주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복원이 머지 않았다"고 밝혔다.
1만년 전 멸종된 매머드는 시베리아 등 북극권에서 사체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보존됐다 발견되는 경우가 잦아 과학자들의 복원 욕구를 자극하는 대표적 동물이다. 매머드의 DNA를 코끼리 난자에 넣어 매머드를 부활시킨다는 것이다. 논문 조작 파문으로 한국 학계를 떠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도 지난해 매머드 복원 계획을 박히고 러시아를 탐사해 매머드 조직 채취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슈피겔은 "과학자들은 한때 환상에 불과했던 복원의 꿈을 단계적으로 실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 그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뉴저지주립대의 동물학자 데이비드 에렌펠트는 "세계의 멸종 위기 상황을 돌아봤을 때 복원 비용은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감한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밀렵꾼들로부터 멸종해가는 아프리카 코끼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판국에 매머드 복원 논의가 웬 말이냐"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