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방송되는 KBS의 '전국노래자랑'은 33년이 넘은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80년 첫 방송 이후 참가자만 100만명, 관람객수가 1,000만명이 넘었다는, 오락프로그램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 '전국노래자랑'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평범한 이들이 꿈꾸는 무대였던 만큼 영화 속 에피소드들도 우리 주변 소시민들의 뻔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하는 이들의 목표는 각기 다르다. 봉남(김인권 분)은 낮엔 아내 미애(류현경)의 미용실 일을 돕고, 밤엔 대리운전기사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가수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내다. 어느 날 그가 사는 김해에 전국노래자랑이 열리는 것을 알고 아내 몰래 출전을 결심하게 된다. 사장의 지시로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나선 현자(이초희)는 동료직원 동수(유연석)를 향한 짝사랑에 애달파 하고, 다혈질에다 음치인 시장(김수미)을 어떻게든 본선 무대에 올리려 하는 만년 과장(오광록)의 분투기는 눈물겨울 정도다. 엄마를 따라 캐나다로 떠나야 하는 손녀(김환희)는 할아버지(오현경)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소중한 무대를 준비한다.
하나의 무대를 향한 각각의 이유와 각각의 사연들이 이리저리 엮이며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 형식처럼 담다 보니 영화는 이야기의 힘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에 더 큰 많은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가수를 향한 열정 가득한 봉남이 중국집 주방장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대목에서 관객은 웃음보를 터뜨리고, 현자가 자신의 사랑을 몰라주는 동석에 야속해할 때 함께 가슴이 아프고, 할아버지가 손녀를 바라보는 지긋한 눈빛에서 사랑의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살리는 건 이들 세 캐릭터뿐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그저 밍밍하고 또 정돈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함께 살아나지 못하다 보니 가뜩이나 헐거운 드라마의 약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유머의 흐름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코미디의 과욕 때문인지 웃기려 할 때 웃음이 나질 않고, 나름 정색을 할 때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감독은 과한 설정의 억지웃음과 울음을 피하려 했다지만, 영화의 곳곳에서 과하게 웃음과 눈물을 끌어 내려는 유치함도 느껴졌다.
이 영화를 제작한 이경규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는 비범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할 뿐이다. 5월 1일 개봉. 12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