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업 근절은 어떤 선진국도 달성하지 못한 과제다. 인터넷상 음란물 유통과 매춘 알선은 경찰 단속보다 빠르고 전략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북유럽의 소국 아이슬란드가 선포한 성산업과의 전쟁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내각의 절반과 의원 63명 중 25명이 여성일만큼 정치적 성평등이 가장 잘 구현된 나라다. 심지어 총리도 레즈비언이다. 아이슬란드의 성산업 근절 정책은 이런 강력한 페미니즘에 기반해 추진돼 왔다.
아이슬란드는 최근 폭력적이거나 모멸적인 온라인 음란물을 전면 금지했다. 온라인 음란물 금지 조치는 이전에는 어느 국가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를 이끈 할라 구나르스도티르 내무장관은 "성범죄를 줄이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의 성산업 근절 조치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스트립쇼 극장 단속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수도 레이캬비크에 약 15곳이 성업했던 스트립쇼 극장은 한때 수백만달러 규모의 산업이었지만 현재는 단 2곳만이 남아 있다. 그것도 경찰의 상시 감시 하에 있다. 남성 고객들은 여성 종업원과 춤을 추는 것까지만 허용될 뿐 성매매는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도 파리 날리기 일쑤다.
성산업과의 전쟁은 성적으로 매우 개방된 이 나라 상황과 비교할 때 역설적으로 보인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슈퍼마켓마다 콘돔을 팔고 계산대 옆에는 여성 자위기구인 바이브레이터가 진열돼 있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섹스를 장려한다. 약 65%의 아이가 결혼 제도 바깥에서 태어나고 동성결혼은 2010년에 합법화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아무리 근절 의지를 밝혀도 성산업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음란물 유통은 1869년부터 불법이다. 그러나 이런 법규정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레이캬비크 중심가 경찰서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영업 중인 섹스숍이 2곳이나 된다. 인터넷은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공짜 음란물이 범람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로 음란물 구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 데이트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사라지는 성매매 암시 광고글을 일일이 적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정부의 강력한 조치들은 종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히고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표류하는 등 한계가 많다.
음란물 금지가 성범죄 감소로 이어지는지도 논란거리다. 정부와 경찰은 "음란물이 강간을 부추긴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를 증명하는 연구는 없다. 최근 중국 핀란드 일본에서 음란물 사용은 늘고 있지만 강간은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경찰과 성범죄 피해자 등 사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음란물의 악영향을 확신한다면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차라리 자원을 성교육 증진에 투자하는 게 성범죄율을 낮추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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