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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내뱉는 말투… 삶을 담대히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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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내뱉는 말투… 삶을 담대히 바라보다

입력
2013.04.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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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시인과 성자는 방계혈족이어서, 시인에게도 면류관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처절한 극빈과 고독의 대가이기 쉽다. 폐인에 가까운 삶으로 세계의 가치체계를 교란하고, 욕설과 비속어로 제도의 통속과 허위를 까발린다. 남들 눈에는 그저 아웃사이더로 보이지만, 아름답지 않기에 이들은 기꺼이 패배한 것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 시가 되며, 우리 시대 그 대표적 시인이 바로 김영승(55)이다. 문학평론가 김종훈의 표현처럼 '그를 누락시키면 세상은 반듯해질 수 있었으나, 그는 스스로 누락한 자가 되어, 자신의 존재로써 눈길을 받지 못한 곳까지 시대상에 포함시켰다.'

첫 시집 (민음사ㆍ1987)으로 이 신화적 면류관을 받은 그가 지난 5년간 쓴 43편의 시를 묶은 새 시집 을 펴냈다. 여전히 외롭고 빈한한 데다 시력마저 엉망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슬프고, 시리고, 날카롭고, 때로는 슬그머니 웃음도 비어져 나오는 시들을 썼다.

시인이 보여온 단독자로서의 삶의 결기는 시 '부메랑'에 잘 드러난다. 언어대중의 일반적 화용과 달리 '돌아오는 부메랑은/ 잘못 던진 부메랑'이다. '부메랑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미/ 그리고 온통 다 잘못된 마음이다// …나는 단 한 번이다.' '함곡에서'의 한 구절을 덧붙여도 좋겠다. '나는 지난 가을을/ 겨울을/ 그리고 봄을// 견뎠노라고 중얼거린다// …나는/ 별이 수직으로 떨어져/ 충돌하여도// 내가/ 서 있는 이 땅을// 별이 강속구처럼 이대로 추락해/ 폭발한다 해도/ 이대로 앉아// 찢긴 육신을/ 수습할 것이다'

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담담하고 묵묵하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싫은 것은 싫은 것이다. '생각은 잘 때나/ 죽을 때/ 잠깐 하면' 되는 것이고 '죽을 때까지는 일단 죽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게 시인의 생각이다('죽을 때까지'에서). 블랙박스니 CCTV도 비위를 거스른다. '지운 것은 지운 것이며/ 숨긴 것은 숨긴 것이다// 그리고/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이다' 모든 것은 '신의 영역'. '허상을 만든 죄/ 죽으리라/ 지나간 시간을 복원하는 죄/ 역시 죽으리라// 그 시공을 재생하는 자// 죽으리라'('모를 권리'에서)

표제시 '흐린 날 미사일'은 호흡을 고르고 생애 한때를 누리기를 일상어의 넉살로 차분하면서도 유쾌하게 권한다. '나는 이제/ 느릿느릿 걷고 힘이 세다// 비 온 뒤/ 부드러운 폐곡선 보도블럭에 떨어진 등꽃이/ 나를 올려다보게 한다 나는/ 등나무 페르골라 아래/ 벤치에 앉아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등꽃이 상하로 발을 쳤고 그 휘장에 가리워/ 나는/ 비로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허공의 등나무 덩굴이/ 반달을 휘감는다// 급한 일?/ 그런 게 어딨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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