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팀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넘겨받은 지 1주일 여 만에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민모씨를 소환 조사한 것은 경찰과의 차별성을 염두에 둔 전격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원점에서 사건을 재검토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공언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선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 등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고발 이후 경찰은 4개월여 수사기간 동안 김씨의 혐의 입증과 가담자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상부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최고책임자인 경찰청장 조차도 "(국정원 내에) 심리정보국장이란 직제가 있는지, 누구인지 인적 사항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경찰은 심리정보국장이 소환에 불응하자 지난 18일 기소중지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김씨의 상관인 심리정보국장을 소환한 것은 조직적 개입, 지시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김씨 등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정치개입 금지 위반) 혐의만 걸고 공직선거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정치 관련 댓글을 일단 개인 차원의 일로 본 것이다.
물론 검찰이 수사에 가속도를 내는 데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 등에 대한 정치 관련 댓글과 찬반표시가 대선 전에 이루어진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오는 6월 18일까지 수사를 끝내고 관련자 기소를 마무리해야 한다.
또 향후 검찰이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을 다투는 데 있어 심리정보국의 업무기능과 역할이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심리정보국은 지난 2011년 말 국가정보원의 북한 담당인 3차장 산하의 대북심리전단을 확대개편 해 출범했다. 심리정보국은 안보 1ㆍ2ㆍ3팀 등 4개 팀을 두고 70여 명의 인력이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정보국은 대북 심리전과 함께 체제유지를 최우선 목적으로 국민정서 및 동향 파악 등의 업무도 맡아 왔으며, '한류 열풍' 등 국내 치적을 해외에 간접 홍보하고 측면 지원하는 등의 역할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정원은 김씨의 댓글 작성과 찬반의사표시가 "대북심리전"의 일환임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김씨 등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자신의 업무였음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의 폭로에 따른 경찰의 수사 축소ㆍ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사건의 본류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마친 뒤, 권 과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대상으로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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