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27ㆍ수원시청)가 '현대 3인방' 그늘에서 벗어나 생애 두 번째 금강장사를 차지했다.
금강급(90㎏이하)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의 3인방인 임태혁, 최정만, 김명기를 넘지 않고선 장사 타이틀을 딸 수 없는 구도가 형성돼 있다. 이로 인해 이승호는 매번 2, 3인자에 머물렀다. 하지만 같은 팀 동료였던 임태혁이 올해 현대로 이적한 게 이승호의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좋은 기폭제가 됐다. 이승호는 '어제의 동료이자 오늘의 적'이 된 임태혁을 물리치고 5년 만에 금강봉에 올랐다. 특히 왼 무릎 부상을 딛고 타이틀을 차지해 기쁨이 배가됐다.
이승호는 26일 충북 보은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13 IBK기업은행 보은장사씨름대회에서 임태혁을 3-1 따돌리고 꽃가마를 탔다. 첫 판을 잡채기로 내준 이승호는 이후 셋 판을 내리 따내며 찌릿한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또 이승호는 지난해 보은대회에서 임태혁에게 장사 타이틀을 내준 빚을 깨끗이 되갚았다. 이승호는 2008년 안동대회 이후 처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환호했다.
사실 이승호는 왼 무릎 통증에 시달려왔다.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통증 탓에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승호는 "파트너와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하고 가벼운 러닝으로만 훈련을 해서 불안했다"고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승호는 8강에서 우승 후보 김명기를 2-1로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정민(울산동구청)과 결승 길목에서 만난 이승호는 되치기와 잡채기로 상대를 제압했다.
결승전에서 임태혁에게 잡채기로 첫 판을 내줬지만 화려한 기술로 반격했다. 그는 잡채기로 균형을 맞춘 뒤 밭다리와 들배지기에 이은 되치기로 임태혁을 넘어뜨리고 모래를 뿌리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승호는 "연습 때는 태혁이에게 우세했는데 막상 대회에서는 매번 졌다. 동료라 투쟁심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1년 전에 태혁이한테 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했다. 적이라고 인식하니까 이전과 달리 이겨야 하겠다는 근성이 더 발휘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승호는 형제 씨름 선수로 유명하다. 형 이용호(28ㆍ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대회에서 예선 탈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승호와 이용호의 형제 맞대결에 대한 기대에 둘은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이승호는 "형한테 씨름을 배웠고 아마추어 대회에서 항상 졌기 때문에 맞붙기 싫다"고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코치 생활을 하다 2년 만에 다시 샅바를 잡은 이용호는 "저는 동생하고 다시 붙어서 기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고 싶다. 동생이 워낙 잘하기 때문에 이제 안 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올해 장사 1회 타이틀 목표를 조기에 달성한 이승호는 "이제 마음 편하게 재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석대회를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보은=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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