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괴물' 류현진(26)이 뉴욕에 뜨자 뉴욕 시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류현진이 2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3안타 3볼넷 8삼진 1실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비록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빅리그 개인 최다 이닝과 최다 투구 수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류현진은 이날 총 109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최고 구속은 92마일(약 148㎞)이었다. 시즌 성적은 5경기에서 2승1패를 유지했지만 평균자책점은 4.01에서 3.41로 떨어졌다. 경기에서는 다저스가 9회 1사 1ㆍ3루에서 안드레 이디어의 중전 적시타로 뒤늦게 결승점을 뽑았고, 후안 유리베의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추가점을 내 3-2로 승리를 거뒀다. 10승11패가 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콜로라도(14승8패)에 3.5경기 뒤진 4위에 자리했다.
이날 경기 후 지역방송인 NBC LA는 "류현진이 지금처럼만 던지면 팬들은 진새너티(Jinsanity)라 부를 것이다"라며 활약상을 보도했다. '진새너티'란 대만계 미국인 NBA 스타인 제레미 린(휴스턴 로키츠)의 성을 딴 '린(Lin)'과 '미치다(Insanity)'를 합성한 신조어에서 린을 빼고 류현진의 이름 끝자인 '진'을 넣은 단어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린이 맹활약을 펼쳤던 곳도 이날 류현진이 뛰었던 뉴욕이었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뉴욕 닉스에서 활약했던 린은 미국 전역을 '린새너티'열풍으로 물들게 했다.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의 관중 동원력에도 주목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경기가 낮에 열렸음에도 시티필드 구장은 이번 주 들어 가장 많은 규모인 2만4,851명이 입장했다. 시티필드 구장 근처에는 한인타운인 플러싱이 위치해 경기를 보러 온 한인 관중이 많았다.
류현진은 이날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함께 슬라이더를 많이 던져 눈길을 끌었다. 국내서 "알고도 못 친다"는 말을 들었던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정작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체인지업에 대해 충분히 대비를 했고 류현진은 이날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져 큰 효과를 봤다.
류현진은 메츠전에서 총 109개 중에 70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특히 왼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다. 빅 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체인지업(23개)보다 슬라이더(24개)를 더 많이 던졌다. 경기 후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뿐만 아니라 상대 팀인 테리 콜린스 메츠 감독도 "체인지업과 함께 슬라이더가 돋보였다"며 류현진의 '명품 슬라이더'를 칭찬했다.
류현진은 27타자를 상대로 8명에게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은 안타는 하나뿐이었고 나머지 7개는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총 8개의 삼진을 뽑아냈는데 그 중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던진 것은 2차례였다.
특히 5회 무사에서 6번 아이크 데이비스에게 헛스윙 삼진을 뽑아낸 81마일(약 130㎞)짜리 바깥쪽 슬라이더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32홈런을 때려냈던 강타자 데이비스는 류현진의 낙차 큰 슬라이더에 맥없는 헛스윙으로 돌아서야 했다.
1회를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낸 류현진은 5회까지 별다른 위기가 없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6회 첫 고비에서 아쉽게 실점을 했다. 선두 타자 루벤 테하다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2번 대니얼 머피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했고 데이빗 라이트 타석에서 폭투를 던져 2루 주자가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곧바로 라이트에게 중견수 방향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테하다에게 2스트라이크까지 잡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선 채로 높은 유인구를 연속 요구한 포수 라몬 마르티네스와의 호흡이 다소 아쉬운 장면이었다. 7회까지 던진 류현진은 8회 마운드를 켄리 얀센에게 넘겼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날카로웠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 제3의 구종인 슬라이더까지 장착한 '괴물' 류현진은 계속해서 진화하는 중이다. 한편 지난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류현진은 이날은 8회 초 교체되기 전까지 두 차례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했다.
류현진은 내달 1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이현아기자 lalala@hk.co.kr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