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절반은 남자, 절반은 여자라는 공식이 깨지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 인간의 자연 출생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05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치가 조금만 올라가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이미 1980년대에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몇 나라에서는 109를 넘어서기도 했고, 인도는 112, 중국은 120을 찍었다. 중국 장쑤성 동북부의 도시 롄윈강에서는 5세 이하 아동 성비가 100:163까지 나타난 적도 있다. 2005년 인구통계학자인 크리스토프 길모프는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과거 몇십년 동안 100:105라는 자연 출생 성비가 유지됐다면 1억 6300만명의 여성이 더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전체 여성 인구보다 많은 숫자의 여성들이 인위적으로 사라진 것이다.
과학 학술지인 의 베이징 주재 특파원인 마라 비슨달이 쓴 이 책은 아시아 지역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진 원인을 진단하고 그로 인해 도래할 인류의 재앙에 대해 경고한다. 성비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그는 초음파와 인공유산 등 의료 기술의 발전을 꼽는다.
한국, 중국, 인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의 현장 취재와 심층 인터뷰, 통계 자료를 적절히 섞어 탄탄하게 구성했다. 한국과 중국 등 제사 문화가 있는 국가에서는 대를 이어야 하는 아들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국가의 산아 제한 정책도 한몫을 했다. 이제는 성비 불균형이 바로잡혔다지만 과거 1960년대 후반 한국에서는 인구 조절 차량들이 시골 지역을 돌며 불임수술을 시행했고 국가가 나서서 한 자녀 정책을 강요하기도 했다. 한국이 2007년 정상적인 출생 성비를 회복한 것에 대해서도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아지면서 출산과 육아가 버거워지자 성별에 관계없이 하나만 낳자는 인식이 퍼진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중국에서는 한 가구에 한 자녀만 낳도록 한 공산당 정책으로 인해 여아 낙태가 일상적으로 시행됐다. 인도는 여아 살해가 빈번했는데, 딸일 경우 신분이 낮은 집안과 혼사를 맺고 지참금까지 챙겨줘야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비 불균형이 재앙을 부른다고 경종을 울린다. 이게 심해지면 범죄, 살인, 비행 등 사회 문제가 증가한다는 통계와 연구 결과 등을 제시하며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실제 1880년 남성 인구가 월등히 높았던 미국 서부 레드빌의 살인 통계는 주민 10만명당 105건으로, 동부 보스턴의 10만명당 5.8건에 비해 수 십 배나 높았다. 성비 불균형 때문에 결혼을 못한 잉여 남성은 성매매와 신부 매매, 강제 결혼 등으로 여성을 궁지에 몰아 넣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이나 중국 타이완에 불고 있는 신부 구매 문제도 꼬집고 있다.
더 넓은 시야로 사태를 조망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충실한 취재로 사례를 비교적 자세히 담아 현장감을 살렸다.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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