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지난해 380만대의 자동차가 팔린 세계 4위 시장. 피아트, 폴크스바겐, GM, 포드, 르노 등이 일찌감치 진출해 시장 80%를 점하고 있는 곳이다. 후발 주자들에게는 녹록한 시장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작년 10월 현지 공장 준공으로 지각 진출한 현대자동차가 4개월 만에 대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지난 2월 판매에서 르노를 제치고 5위로 수직 상승한 것. 1930년에 현지 공장을 세운 GM에 비하면 80여년, 98년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르노와 비교해도 15년 가량 늦었음에도, 경이적 성과를 낸 것이다.
우리나라와 지구 정반대 편에 위치한 라틴 시장은 한국기업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미국, 식민지배를 해온 유럽, 진작부터 이 시장에 진출해있던 일본 등 선진국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중후장대형 자본재부터 일반 소비재까지 ‘마지막 황금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남미를 겨냥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은 최근 들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데다 여러 개발수요도 많아 중남미시장 공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브릭스 국가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은 내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대규모 개발수요가 일고 있다.
2011년부터 브라질 이타치아이아에 1억7,500만달러를 투입해 대규모 건설장비 생산공장을 지어온 현대중공업은 24일(현지시간) 준공식을 가졌다. 56만㎡ 면적에 건설된 공장에서는 굴착기와 휠로더, 백호로더 등 연간 3,000여대의 건설장비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국가에선 현재 SOC 등 건설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번에 준공된 건설장비공장을 토대로 시장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부문에서는 미국의 캐터필러를 제치고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브라질에 대규모 제철소를 건설 중이다. 역시 중남미의 개발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철광석 자원이 워낙 풍부해 자원조달도 용이하다. 연산 300만톤 규모의 이 제철소가 2015년 완공되면 동국제강은 글로벌 고로 철강사로 도약하게 된다.
이미 프리미엄 이미지로 무장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들도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싸커모드를 탑재한 TV를 공개했다. 축구에 열광하는 현지 기호에 맞춘 TV다.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중남미 생산거점으로 키우고 있는 LG전자도 칸쿤에서 개별 나라가 아닌 중남미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모든 제품군을 총출동시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의 남미시장 공략의 성공은 역시 현지화와 프리미엄 전략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현대차의 경우 쏘나타, 그랜저(수출명 아제라) 등 고급모델 위주로 의사, 대기업 임원 등 고소득층을 집중 공략,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이를 작년 10월 출시한 소형차 HB20에 자연스럽게 연결 지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HB20은 브라질 사람들의 선호도를 고려한 대중적 모델”이라며 “마케팅과 서비스 차별화로 기존의 현대차 프리미엄 이미지를 그대로 계승시킨 게 대박 비결”이라고 말했다.
향후 중남미 시장전망은 더욱 밝다. 특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망으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좌파 강경국가들로 구성된 ‘볼리바르 동맹’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남미 전반의 기업활동 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정책이 강경에서 실용으로 전환, 외국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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